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39) 26년 반 동안 학생이었다

몽당연필62 2016. 3. 8. 08:44

26년 반 동안 학생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직해 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잘 몰랐는데, 서울로 옮겨오니 동료나 또래 등 주위 사람들의 학력 수준이 내 수준과 크게 달랐다. 단순히 최종 학력만 다른 게 아니라 명문대 출신이 즐비했고, 그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언어나 외국어 그리고 해박한 지식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곤 했다.

 

그러니 어쩌겠나, 짧은 가방 끈을 만회하려면 주경야독 하는 수밖에. 이미 마친 초중고 12년에 직장생활 하면서 전문대학 3(방위병 복무 기간 포함), 방송통신대학 7(신입생으로 1, 편입생으로 2번 도전), 대학원 석사과정 4.5(논문을 제 때 쓰지 못해 9학기 동안이나 학생 신분)을 더 다녔으니 인생에서 학생으로 지낸 기간이 무려(?) 26.5년이나 된다.

 

어찌 생각하면 참 피곤한 인생을 살았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하필 지방 출장이 잦은 직업인데도 용케 목표했던 학업을 마쳤으니 나는 엄청난 행운아이기도 하다. 또 낮에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에,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도 한눈팔 겨를 없이 오로지 앞만 보며 치열하게 살아올 수 있었을 터이다.

 

그 과정이 피곤했을지언정 결코 불행하지는 않았다. 특히 남들처럼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이 고생 안 했을 텐데하는 생각보다는 내 힘으로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으로 늘 즐거웠다. 고졸 학력으로 입사했다는 사실은 내 인생에 그렇게 성취동기가 되었고 자양분이 되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