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계시다
우리 형제는 4남1녀 5남매인데, 나는 그 중 둘째다. 위로 형님이 계시고 아래로 남동생 둘과 막내인 여동생 하나가 있다. 형님은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으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선배이자 인생이라는 항로의 등대와도 같은 존재다. 또 이제는 아버지 대신이기도 하다.
형님은 늘 나의 목표였으며 때로는 추월하고픈 경쟁자였다. 상급학교 진학도, 취업도, 결혼과 집 장만도, 승진과 사회생활까지도, 나는 형님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다. 여러 분야에서 삶의 방식은 물론 술을 못 마시는 것까지도 형님과 비슷하다. 그리고 형님이 먼저 걸으면서 넓혀놓은 길, 형님이 이미 경험하고 알려주는 세계에 나는 비교적 쉽게 안착하곤 했다.
얼마 전 시골집에서 우연히 형님이 아버지께 보냈던 편지를 여러 통 발견해 읽어본 적이 있었다. 편지들은 대부분이 부모님의 안부를 여쭙는 것과 함께 동생들 학비나 용돈을 부친다는 것, 동생들에게 진로를 어떻게 잡아주거나 뭘 시키시라는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와 동생들은 상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은행원이 된 형님의 노심초사 덕분에 공부하고 성장했던 것이다.
가끔 형님을 생각하면 콧날이 시큰해진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서로 가정을 꾸려 살다 보니 자주 뵙거나 하지는 못한다. 명절에 시골집에 가서도 차례를 지내면 나는 처가로 내빼기 바쁘다. 물론 감사의 인사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형님, 제가 진심을 담아 말씀드리는데요,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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