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다. 그러나 할 말은 한다
내 업무 스타일은 상사의 지시에 잘 따르거니와 부하직원에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지도 않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상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부하직원들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인데, 달리 말한다면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책임지기를 싫어한다는 뜻이기도 할 터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과감하고 강경해지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가벼운 훈계나 야단 외에 싸움은 딱 한 번, 그것도 상급자와 언성을 높이며 제대로 붙은 적이 있다. 평소 고분고분하고 말수가 없던 녀석의 갑작스런 입바른 소리인지라 그 약효는 탁월했다.
처가에서도 부모님의 노후 문제와 관련해 손위 처남과 논쟁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내가 떠난 뒤 처남이 장모님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매제의 논박에 형님께서는 마음의 상처가 컸던 모양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 일은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내 마음속에 빚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가깝게 지내지 않는 사람은 내가 대단히 논리적이고 사리분별이 명확하며 자기주장도 강한 사람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나는 부드러운 사람이고 때로는 농담도 제법 하는데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역시 입이 무겁기 때문인 것 같다. 말수가 적은 것이 실언을 할 확률을 줄여주고, 결정적일 때 폭발력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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