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26) 가난에 익숙하다

몽당연필62 2016. 2. 18. 10:16

가난에 익숙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돈이 없어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친구들을 실은 버스가 학교를 출발해 여행지로 떠나는 모습이 우리 가족이 벼를 베고 있는 논에서 멀리 보일 때, 나보다도 어머니께서 더 서럽게 우셨다.

 

중학교 때의 꿈은 단 하나, 은행원이 되는 것이었다. 빨리 돈을 벌어 부모님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고 싶었고, 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상업고등학교를 지원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도장을 파거나 신문배달을 해 용돈을 벌었고, 졸업 후 몸이 아파 1년 동안 쉬던 때는 여름에 빙과공장에서 쭈쭈바를 만들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 결혼도, 집 장만도,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것도, 모두 내 손으로 이루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올려다보며 살지 말고 내려다보며 살아라.” 맞는 말씀이다. 돈 없고 가난하다는 것이 부끄럽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집안은 참 행복했다. 하지만 솔직히 많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가난하다. 갚아야할 빚도 적지 않고 아이들 뒷바라지도 충분히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의 가난은 가난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충분히 단련이 되었거나, 이미 마음이 부유하기 때문일 터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