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28) 내가 직장에 바치고 싶은 것 : 땀, 지혜, 사표

몽당연필62 2016. 2. 19. 18:37

내가 직장에 바치고 싶은 것 : , 지혜, 사표

 

많은 직장인에게 직장은 그야말로 애증의 무대일 것이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의 미운정 고운정, 영업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 거래처나 고객과의 관계에서 오는 애환을 어찌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직장인 치고 마음속으로 사표를 수십 번 이상 써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터이다.

 

나는 한 직장에서만 35년째 근무하고 있다.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었을 정도의 세월이다. 물론 부서를 이곳저곳 옮겨다니기는 했어도 이직 또는 전직이란 것을 경험해보지는 못한 것이다. 중간에 다른 직장으로 옮길 기회가 있었으나, 그 동안 사귀어온 사람과 쌓아온 노하우에 대한 아까움이 쌓인 환멸보다 훨씬 커서 끝내 눌러앉았다.

 

내 직장은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일터이다. 아직 월급 날짜 한 번 어기지 않았고, 내가 이루고픈 것들을 이루게 해주었다. 나 또한 이 직장을 위해, 아니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며 노동력을 제공했다. 내 땀과 지혜를 바쳤다.

 

하지만 몇 해 뒤면 이 직장을 떠나게 된다. 운이 좋으면 정년퇴직으로 떠날 것이고, 다른 이유로 정년을 맞기 전에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직장이 더 이상 나의 땀과 지혜를 요구하지 않는 날, 미련이나 회한이 아닌 내 직장을 사랑하는 충정(衷情)이 담긴 사표를 써서 바치고 싶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