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23) 하모니카, 내가 연주하는 유일한 악기!

몽당연필62 2016. 2. 12. 11:14

하모니카, 내가 연주하는 유일한 악기!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생인 형이 하모니카 부는 것이 부러워 형이 없는 틈을 이용해 나도 몰래 불어보곤 했는데, 처음엔 불었다 빨았다 하며 음을 가늠하는 것조차도 힘들더니 며칠 지나자 조금 불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신문을 배달했던 나는 한 달 수입을 털어 드디어 하모니카를 장만했고 이때부터 하모니카를 늘 수중에 지니고 다녔다. 정전이 되었을 때는 어둠 속에서 하모니카를 불곤 했다. 산으로 바다로 많이 돌아다니던 총각시절 경포대 백사장에 앉아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낮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하모니카를 불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하지만 서울살이 하면서는 하모니카 소리도 이웃에 소음인지라 불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또 애들을 키우자니 이리저리 던지고 하는 바람에 망가지고 나오지 않는 음이 많아져 서랍으로 들어간 이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래도 하모니카는 한번 익히면 세월이 흘러도 연주법이 잊히지 않으니, 언젠가 다시 불어볼 날이 있으리라. 은퇴 후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는 이웃 눈치 안보고 부족한 실력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마음껏 불어볼 수 있으려나.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