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21) 길눈이 밝다. 국내 지리에도 밝다

몽당연필62 2016. 2. 4. 12:21

길눈이 밝다. 국내 지리에도 밝다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참으로 못나보이는 사람에게도 한 가지쯤은 재주가 있고 특기가 있기 마련이다. 중국 고사에 도적에 쫓기던 왕이 아무런 재주가 없다며 무시당하던 사람의 큰 목소리 덕분에 강 건너의 사공을 불러 무사히 강을 건넘으로써 화를 면했다지 않은가. 그러니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다.

 

나는 특출하게 잘하는 것이 없지만 대신 잔재주를 적지 않게 지녔다. 도장을 팔줄 알고, 하모니카를 불줄 알며, 능숙한 낫질로 풀을 빨리 벨줄 안다.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반면 길눈이 밝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는 유난히 방향감각이 없고 길눈 또한 어두운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내 아내가 그렇다. 아내는 오랜 경력으로 운전이 능숙하고 차에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음에도 동네를 벗어나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동네만 벗어나면 여기가 거기 같고 이 길이 그 길 같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리 공부를 무척 좋아해서 지도책을 늘 끼고 살았다. 그 덕분에 밝은 길눈을 갖게 됐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취재기자가 됐는지 모르겠다. 나의 심각한 안면인식장애는 눈썰미 좋은 아내가 보완해주고 길치인 아내의 방향감각은 내가 보완해주며 살아가니 참 절묘한 조합인 듯하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