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19) 컴퓨터와 프린터가 악필을 감춰준다

몽당연필62 2016. 2. 2. 08:14

컴퓨터와 프린터가 악필을 감춰준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대우받던 시절이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글씨 잘 쓰는 사람을 선발해 공문서 작성을 담당하게 했었다. 중년 이상의 사람은 학교 다닐 때 글씨 쓰는 일이 직업인 필경사(筆耕士)가리방에서 철필로 파라핀 용지에 글씨를 써서 등사한 시험지로 시험을 치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글을 좀 쓰니 글씨도 잘 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좋은 노래를 작곡한 사람이 모두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듯, 내가 글을 쓰는 것과 글씨를 쓰는 것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속된 말로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글씨여서, 문서나 원고를 작성할 때 애를 먹곤 했다.

 

그런데 세상이 나를 구원해 주었다. 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천하의 악필을 감출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비교적 일찍 구입했는데 그 이유가 부끄러운 글씨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소설이나 콩트를 PC로 작업해 프린터로 출력한 다음 보내게 되었고, 이제는 E-mail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하지만 때로는 삭막한 세상이라는 느낌도 든다. 한 자 한 자 손글씨로 정성껏 써내려간 편지를 받아본 지 오래고, 나 역시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