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찾아갈 고향이 있다
고향!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있으되, 그곳을 찾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분단으로, 수몰로,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 다른 여러 이유로 고향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서울 등 대도시가 고향인 사람도 많겠으나, 이들은 아무래도 고향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애틋하지는 않을 성싶다.
한편 내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영흥군이다. 아버지는 6․25전쟁 때 18살의 나이로 인민군에 징집돼 전쟁터에 나왔고, 1950년 9월 UN군에 귀순해 이 땅에 터를 잡으셨다. 그리고 다시 우리 국군에 입대를 하셨으니, 한 번은 남쪽으로 또 한 번은 북쪽으로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셨다.
아버지는 이 땅에서 고향을 잊고 사시는 듯했으나, 북녘 고향을 결코 잊으신 게 아니었다. 우리 아들들의 이름에 당신의 고향 영흥을 한 글자씩 나눠 유전자처럼 심어놓으신 것이다. 그리고 끝내 고향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게 되셨으니 사무친 고향에의 한을 어찌 가늠할 수 있으랴.
나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 당연히 이번 설에도 고향으로 달려갈 것이다. 가며오며 막히는 도로에 짜증도 나는 여정이지만 저 남녘 고향길이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곳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직 계시고 내 소중한 추억들도 곳곳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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