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12) 막대한 비자금이 있다

몽당연필62 2016. 1. 21. 17:37

막대한 비자금이 있다

 

나는 용돈의 지출 내용이 거의 투명하다. 술과 담배는 하지 않으니 여기에 돈 들 일 없고, 교통비와 식비를 비롯한 지출의 대부분은 카드를 사용하니 명세 확인이 용이하며, 각종 회비는 계좌 자동이체로 납부한다. 현금을 쓰는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다니는 이발소에서의 이발 및 염색 비용, 구두 닦는 돈, 경조사비, 어쩌다 발생하는 복권(로또!) 구입비 정도다.

 

그런데 나에게는 부수입이 생길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기도 하고, 출판물의 교정을 보아준 대가로 교정료를 받기도 한다. 이 돈마저도 통장에 넣어두고 카드를 사용하니 인출 내역이 명쾌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나에게 비자금은 단 한 푼도 없는 것이다.

 

살림을 하는 아내는 통장에 찍힌 인출 명세나 e메일로 오는 신용카드 이용 내역 등을 확인할 터인데, 나에게 그 내용에 대해 물은 일이 없다. 나 또한 아내의 씀씀이에 대해 간섭하지 않기 때문일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월급쟁이의 수입과 지출이 너무나 빤해서 심드렁해진 때문이리라.

 

우리 부부는 필요하면 각자가 마음대로 현금을 찾아 쓰고, 마음대로 신용카드를 쓴다. 그러니 내가 비자금을 조성할 이유 자체가 없다. 아니, 나에게는 통장의 모든 돈이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나의 비자금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