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나쁘다. 건망증도 심하다!
쉰살 언저리부터 절감하고 있는 게 기억력 저하 또는 건망증이다. 특히 사람의 이름을 비롯한 명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뭔가 알아보려고 검색창을 띄웠는데 뭘 검색하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 다른 엉뚱한 것만 실컷 찾아보고 마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며칠 전에는 한 지인과 여러 해 만에 통화를 했는데, 그가 내 고등학교 후배에게서 내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후배와 평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마침 생각나는 게 있어 아는 체 하느라고 후배가 얼마 전 부모 중에 상을 당했던 것 같다고 했는데, 후배의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모두 ‘눈 퍼렇게 뜨고’ 생존해 계시다는 것이었다. 실은 후배가 내 부친상 때 부조금을 보내온 적이 있었는데 내가 거꾸로 생각한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망각이며 결례인가!
나쁜 기억력과 심각한 건망증은 이처럼 불편하기만 할 뿐 생활에 도움 될 일 없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나쁜 일일수록 빨리 잊어버릴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그래선지 나는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에 붙들려 현재가 고통스럽거나 미래가 불안한 일이 없으니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
이 글을 읽는 이여, 나는 당신이 이미 지나간 일을 기억 속에 가둬놓고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기억도 시일이 흐르면 지워지거나 희미해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당신의 불행과 슬픔, 고통은 물론이고 기쁨과 행복마저도 망각의 묘약으로 인해 곧 잊히리니….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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