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9) 지방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졌다

몽당연필62 2016. 1. 18. 17:57

지방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졌다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그토록 소원했던 은행원의 꿈을 뜻밖의 질병 때문에 이루지 못한 대신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얻었다.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그리고 사회에 나온 이후로도 한동안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로 진출한 것이다. 가끔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전화위복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신문기자는 특성상 돌발적인 출장이 많다. 젊은 시절 나는 주로 지역축제를 비롯한 문화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경상도든 전라도든 당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잘 놓였고 고속철도(KTX) 이용도 편하게 됐지만 20여 년 전의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더구나 휴대폰이나 인터넷도 없던 때가 아닌가.

 

그런데도 대한민국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의 민통선 위쪽부터 전라남도 해남군의 땅끝마을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을 다녔고, 향토 별미음식이나 특산품에 대한 견문을 넓혔으며, 유명 관광지도 많이 둘러보았다. 지방 출장은 나에게 업무이면서 여행이기도 했던 셈이다.

 

젊은 날들은 새로운 기사 개발과 마감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불규칙한 생활 속에 비상대기와 같은 긴장을 감내하며 소진되었다. 달리 생각하면 나는 촌철살인의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마음에 드는 한 줄의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늘 공부를 하면서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