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7) 아이들이 철들기 전에 셋방살이를 면했다

몽당연필62 2016. 1. 14. 14:00

아이들이 철들기 전에 셋방살이를 면했다

 

남의 집에서 산다는 것은 불편하고 때로는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혼자 몸으로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하면 자신의 수고와 외로움을 달래는 것으로 그만이겠으나, 딸린 식구들과 함께 사글세나 전세를 살며 주인이라는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는 가장의 입장이라면 이래저래 자존심도 많이 상할 터이다.

 

나는 학생 때와 총각 때 자취나 하숙생활을 12년이나 했지만, 결혼 후 내 집을 장만해 입주하기까지의 남의집살이는 7년밖에(?) 하지 않았다. 큰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우리 집을 장만해 입주했으니 아이들이 철이 들어 세상물정에 눈을 뜨기 전에 셋방살이를 끝낸 것이다.

 

아파트에 사노라니 위층의 쿵쾅거리는 소리는 참으면서도 아래층을 생각해 발걸음 한번 마음놓고 내딛지 못하며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남의 집에 살던 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 부부는 신혼시절 물난리를 밥 먹듯이 겪었던 반지하방과 갓난아이 울음소리 하나에도 주인댁의 온갖 눈치와 잔소리를 감내해야했던 단독주택 1층에서의 설움을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가끔 꺼내볼 뿐이다.

 

비록 빚으로 집을 샀던 터라 이자 치다꺼리에 늘 쪼들리는 살림이기는 하나, 내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여유있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지 모른다. 세 올려달라는 사람도 없고, 계약 날짜나 이사를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급할 때는 담보대출로 돈을 더 융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