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었다
군대(솔직히 말하자면 방위병. ^^;) 말년에 한 개비면 무려 5분의 세월을 죽일 수 있다고 하여 배운 담배를 20년가량 피웠다. 담배의 해로움을 잘 알고 또 폐를 앓았던 병력이 있어서 결혼기념일이면, 해가 바뀌면, 그리고 특별한 일이 생길 때면 그것을 계기로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늘 결심뿐이었다.
언젠가는 퇴근해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밥상을 차리는 게 아니라 다짜고짜 텔레비전 앞에 주저앉히더니 웬 비디오테이프를 꺼내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방송한 폐암 관련 프로그램을 녹화한 것이었는데, 이래도 담배 안 끊을 테냐 하는 강력한 시위였다.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흉측한 화면을 보며 이제는 금연을 하겠다고 다짐까지 했건만 담배는 끊어지지 않았다.
금연의 결정적 계기는 코미디언이었던 고 이주일 씨의 사망이다. 그가 폐암 판정을 받은 뒤 투병하면서 수척해진 모습으로 전 국민에게 금연을 당부하는 영상을 남겼던 것이다. 그때는 어쩐 일인지 담배가 단번에 쉽게 끊어졌다. 금단증상도 느끼지 못했다. 물론 그뒤 한동안 시시때때로 흡연욕구가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금연에 성공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잘한 것 가운데 하나가 담배를 끊은 것이다.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안 나고, 주머니에서 동전 짤그락거릴 일이 없으며, 무엇보다 건강 해칠 위험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길거리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내뿜는 담배연기에 숨이 막히거나, 추운 날 덜덜 떨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을 보면 금연하기를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몽당연필/
'100개의 행복계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개의 행복 계단(10) 엄한 선배가 있었다 (0) | 2016.01.19 |
---|---|
100개의 행복 계단(9) 지방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졌다 (0) | 2016.01.18 |
100개의 행복 계단(7) 아이들이 철들기 전에 셋방살이를 면했다 (0) | 2016.01.14 |
100개의 행복 계단(6) 촌놈, 다시 촌놈을 꿈꾼다 (0) | 2016.01.13 |
100개의 행복 계단(5) 한 잔이면 만취…난 참 경제적이야! (0) | 201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