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5월, 농촌의 ‘가정의 달’

몽당연필62 2014. 5. 15. 14:24

5, 농촌의 가정의 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중에서도 5월15일 오늘은 스승의 날이면서 '가정의 날'이다.

달력을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이 한 달 동안에 가정 혹은 가족과 관련된 공식 기념일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라게 된다. 지난 5일은 어린이날이었고, 8일은 어버이날이었다. 11일이 입양의 날이고, 15일은 가정의 날이며, 오는 19일은 성년의 날이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러한 기념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화목한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전 국민이 비탄에 잠긴 가운데 맞은 가정의 달이어서, 가정과 가족의 의미가 더욱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닿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월호 침몰 이후 가족 구성원 서로 간에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족들 간에 요구사항이 줄어들고 기대치도 낮아졌다고 한다. 특히 자녀에 대해서는 그저 무탈하게 곁에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고마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니 가족이니 하는 이야기도 우리 농촌의 현실 앞에서는 우울감만 더욱 높이는 요소가 될 뿐이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가정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나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이고,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다. 하지만 농촌의 많은 가정은 가족의 결여로 인해 해체 상태에 있거나, 더 이상 공동체집단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농촌의 가정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121일을 기준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명인데, 1인 가구가 15.9%이고 2인 가구가 49.8%로서 2인 이하 가구가 무려 65.7%에 이른다. 같은 조사에서 연령별 농가인구의 경우 19세 이하가 11.1%에 불과한 반면 50세 이상 인구는 67.8%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의 대부분이 고령의 부부 또는 독신 노인 가구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촌 가정의 해체 속도가 정체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가의 연령별 인구 비율을 보면 19세 이하와 50세 이상 인구가 1970년 각각 53.9%15.6%에서 199031.6%34.5%, 201013.2%60.9%로 급격히 달라졌다. 여기에 불과 3년 만인 지난해에 19세 이하 인구 비율이 2.1%포인트 낮아진 반면 50세 이상 인구 비율은 6.9%포인트나 높아져 농촌 가정의 노령화 및 해체 속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귀농과 인구가 농촌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농도 전남의 경우 20121733가구가 귀농했으나 59.5%1032가구가 1인 가구로서 나홀로 귀농이었으며, 신안군은 비농가까지 포함한 전체의 평균 가구원 수가 1.99명으로서 2명을 밑돌았다.

어버이(부모)만 있고 어린이(자녀)가 없다면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의 의미가 없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부부의 날도 공허해진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는 하나, 가족과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달력의 무수한 기념일들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시의 자녀들이 어버이날을 전후해 농촌의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하지만, 우리 농촌에서는 농협의 고향주부모임 등이 마련하는 경로잔치가 가장 중요하고 거의 유일한 가정의 달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농촌의 노부부 또는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 외롭지 않도록 복지와 사회적인 배려가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