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두해 연속 배추파동, 농민은 풍년이 더 서글프다

몽당연필62 2011. 11. 17. 11:12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추가 말썽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너무 비싸 금배추라 불리던 것이 올해는 가격이 폭락해 똥배추가 돼버렸다는 것이지요.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어제 퇴근길에 어느 가게를 지나다 '배추 4망에 1만원'이라 붙여놓은 것을 봤습니다.

1망에 배추 3포기가 담겼으니 모두 12포기, 포기당 가격은 833원 정도인 겁니다.

그 배추들이 밭에서 뽑혀 차에 실려 시장을 통해 소매점으로 유통되기까지는 상당한 유통비용이 추가됐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도대체 얼마를 받고 배추를 팔았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아직 작년의 배추파동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1망도 아닌 1포기의 배춧값이 1만2,000원을 넘었지요.

농산물은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꼽혔고, 농민들은 정작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으면서 떼돈이나 버는 듯한 오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배춧값을 잡기 위해 중국산 배추뿐만 아니라 미국산 배추까지 들여왔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농산물은 작황과 일기, 수급 상황 등에 따라 가격등락이 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또 가격이 오르더라도 유통마진을 중간상인들이 대부분 가져가기 때문에 농민들은 별 재미를 못봅니다.

그런데 가격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아야 하지요.

특히 이번 배추처럼 폭락 수준이 되면 매집상인들이 아예 농가에 발길을 끊어버립니다.

그러니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싼값에 팔거나 다음 농사를 위해 그냥 갈아엎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산지폐기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냅니다.

일정한 비율이나 면적의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고 갈아엎는 등의 방업으로 폐기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대신 해당 농민에게 최저보장가격을 지원하는 것이지요.

정부와 농협은 서둘러 배추가격이 제자리를 찾도록 방안을 강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소중한 먹을거리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들이 모처럼 맞은 배추풍년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어서 마무리됐으면 합니다.

 

/몽당연필/

 

배추 갈아엎는 안타까운 산지 모습(연합뉴스 기사)

http://media.daum.net/society/nation/jeolla/view.html?cateid=100009&newsid=20111117154112898&p=yonh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