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농업은 응원이 필요한 비인기 종목이다

몽당연필62 2011. 8. 3. 11:21

농업은 응원이 필요한 비인기 종목이다


경이로운 성적의 기능올림픽과 여자 핸드볼

우리나라는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기술능력을 겨루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능올림픽이 지금까지 40번 열렸는데, 우리나라는 1967년 스페인에서 열린 제16회 대회부터 출전하기 시작해 무려 16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가 1977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제23회 대회에서 처음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기능올림픽에 18번 출전해 1993년과 2005년 두 차례만 준우승했고 나머지는 어김없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42명은 오는 10월 영국에서 열릴 제41회 대회를 앞두고 기술을 더욱 갈고 닦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선수단 14명은 ‘기능강국 코리아’를 배우기 위해 지난 4일 우리나라에 도착, 23일까지 3주 동안 전지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핸드볼, 특히 여자 핸드볼이 올림픽 무대에서 거둔 성과도 눈부시다. 1984년 미국 LA 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은메달을 차지하며 관심을 끌기 시작한 여자 핸드볼은 서울 올림픽(1988)과 바르셀로나 올림픽(1992)에서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핸드볼은 그 후에 열린 4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은메달 2차례, 동메달 1차례, 4위 1차례 등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유지하며 우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 중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선전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남이 해주면 좋지만 내가 뛰어들고 싶지는 않은’

그런데 기능올림픽과 핸드볼이 이처럼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과 감동을 주고 있음에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기능강국’이니 ‘기술입국’이니 떠들지만, 정작 본인이나 자식이 기술을 배우는 것에는 손사래를 친다. 또 기술자를 평가할 때 실력에 앞서 학력을 따지기 십상이다.

핸드볼 역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도, 국내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은 관중석이 텅텅 빈다. 실업팀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은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팀의 사정 때문에 운동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농업도 처지가 기능올림픽이나 핸드볼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농업은 우리의 생존에 기본 조건이 되는 식량을 생산하는 소중한 산업이다. 게다가 공기 정화나 수자원 함양 등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도 수행한다. 그럼에도 농업은 마치 기능올림픽처럼 ‘남이 해주면 좋지만 내가 뛰어들고 싶지는 않은’ 분야로 인식돼버렸고, 농촌은 핸드볼 경기장의 관중석처럼 텅텅 비어 있는 것이다.


농촌의 어려움 극복에 힘 보태는 여름 되기를

직접 손에 기름을 묻히고 핸드볼 선수가 돼야만 기술과 핸드볼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듯이, 농촌에서 살거나 직접 농사를 지어야만 농업·농촌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금메달을 따려면 선수의 땀도 필요하고 주위의 관심과 응원도 버무려져야 한다.

지금 우리 농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관심과 응원이다. 요즘 직장인들은 휴가가 한창이고, 학생들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에 온 가족이 농촌을 찾아 농사체험도 해보고 농산물도 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7월27일 폭우 때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비닐하우스 단지가 침수돼 있는 모습. <한재희 사진>

더구나 최근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서울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경기도의 여러 농촌지역도 마을이 잠기고 농경지가 쓸려가는 등 참담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우면산 산사태를 비롯한 서울의 피해를 보도하기에만도 벅찬지 농촌지역의 피해 보도는 인색하고,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 오르는 것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듯하다.

이런 때에 농촌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거나 농사체험을 한다면 우리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농업·농촌의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도시민들이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먹을거리를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는 올바른 농업관도 지니게 될 것이다.

기능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듯이, 핸드볼 선수들에게 응원의 함성이 필요하듯이, 우리 농업·농촌·농민들에게도 지금 격려가 필요하다. 도시민들이 올바른 농업관을 지니고 농촌을 꾸준히 찾는 것이야말로 농업이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을 극복하고 농민들로 하여금 금메달을 획득하게 하는 진정한 응원 아니겠는가.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