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나는 농부다

몽당연필62 2011. 4. 9. 09:40

나는 농부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TV 프로그램으로 ‘나는 가수다’를 꼽을 수 있겠다. ‘나는 가수다’는 노래 잘 부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 있는 일곱명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른 다음,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선호도가 가장 낮게 나온 사람이 탈락하고 대신 새 가수가 투입되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이다.

 

실력 있는 가수와 좋은 노래가 준 감동

그런데 ‘나는 가수다’는 도중에 수장인 프로듀서가 경질되고 방송 4회 만에 재정비라는 명목 아래 약 한달 동안의 결방에 들어갔다. 이소라·백지영·김건모·김범수·윤도현·박정현·정엽 등 7인의 특급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꼴찌를 한 가수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었다가 시청자와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가수다’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일부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프로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것은 그 가수나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알려졌더라도 활동이 뜸했던 가수들의 ‘제대로 된’ 노래를 들으며 열광했고, 방송이 어서 재개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가수다’는 7명의 가수 중 한명은 탈락하고 대신 다른 가수가 투입된다는 홍보를 무수히 했었고, 시청자들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것이 프로그램의 기본 규칙이었기에 다음주에는 저들 중 누군가의 노래는 들을 수 없게 된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또 다른 실력 있는 누군가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렜던 것이다. 그런데 그 규칙을 깨고 꼴찌에게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자 시청자들의 애정과 기대는 순식간에 분노로 돌변하고 말았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노래 잘하는 가수, 좋은 노래는 반드시 시청자나 관객에게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7인의 가수들은 빼어난 노래 실력에도 불구하고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 자주 서지 못했거나,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지지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는 가수다’ 무대를 통해 진가를 발휘하며 음악이 인간을 얼마나 깊이 감동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그들이 부른 노래의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악 차트의 상위권을 휩쓸어 버린 것은 대중이 실력 있는 가수와 좋은 음악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농업도 품질 좋은 농산물로 소비자 감동시켜야
‘나는 가수다’는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프로그램이다. 실력 있는 가수와 좋은 노래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듯이,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훌륭한 농업인과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도 소비자에게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전달함으로써 농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인정받고 농업인이 존경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예를 들자면 정해진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고, 정확한 선별을 하며, 정량 포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산된 농산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는 ‘무엇’이다”라고 말하고 듣는 사람이 동의한다면, 그가 ‘무엇’에 대한 실력과 자부심을 겸비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많은 우리 농업인들이 명품 농산물을 손에 들고 “나는 농부다!”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때 우리 농업은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인들도 소비자들의 신뢰 속에 더욱 당당해질 수 있을 터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