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10월 23일이 ‘인삼의 날’이라는 것 아세요?

몽당연필62 2010. 10. 23. 09:46

10월 23일이 ‘인삼의 날’이라는 것 아세요?


빼빼로데이(11월11일)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우리 농축산물이나 식품도 생일(?)을 가진 게 제법 많습니다. 3월3일=삼겹살데이, 5월2일=오이데이·오리데이, 9월9일=구구데이(닭고기와 계란 먹는 날), 10월24일=사과데이처럼 말입니다.

이밖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월2일은 배(梨)의 날이고, 6월6일은 고기(肉) 먹는 날이며, 8월18일은 쌀(米)의 날이라고 합니다.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닌 ‘가래떡데이’로 쇠는 분들도 많지요.

이런 날들은 모두 우리 농산물이나 축산물을 애용하자는 취지에서 농업 관련 기관과 단체 또는 우리 농촌을 사랑하는 국민이 제안한 것입니다.

 

인삼의 날 만들고 서울 청계광장에서 사흘간 축제도 개최

그런데 ‘인삼데이’, 즉 ‘인삼의 날’도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10월23일이 바로 인삼데이입니다. 숫자 23(이삼)의 발음이 인삼과 비슷한 데서 착안한 것이지요.

인삼데이는 작년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올해는 인삼 관련 정부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인삼축제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22일 시작해 24일까지 계속되는 ‘2010 대한민국 인삼축제’가 그것입니다. 인삼축제는 그동안 인삼 주산지별로 지역 행사로 열려왔는데, 올해는 제2회 인삼의 날을 맞아 전국단위 행사로 열리게 됐다고 합니다.

 


2007년의 경우 진액·차·음료 등을 제외한 뿌리삼 기준 국제 인삼시장 전체 수출액은 2억8,067만달러였다. 국가별 점유율은 캐나다가 30%(8,531만달러)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미국 18%(5,221만달러), 한국 18%(5,082만달러), 중국 16%(4,671만달러), 홍콩 7%(2,227만달러) 순이었다. 2009년엔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23%로 상승해 2위로 올라섰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인삼은 예전에 중국에서도 탐냈던 우리의 대표적인 건강식품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 땅에서 나는 인삼을 가리키는 ‘고려인삼’의 약효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세계 인삼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인삼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요.

하지만 우리 인삼산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앞날이 썩 밝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정확할 터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였던 우리 고려인삼이 점유율 1위를 빼앗기고 경쟁력도 갈수록 약해지는 현실은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진액·차·음료 등을 제외한 뿌리삼 기준 2009년 국제시장 점유비는 캐나다가 30%로 1위였고 우리나라는 23%로 2위였지요. 그것도 중국·미국과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고요.

 

발등의 불이 된 인삼산업 위기…경쟁력 높여 인삼 종주국 위상 지켜야

게다가 인삼 재배지역은 지구촌 곳곳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중국·미국이 대규모 재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스위스·호주·독일·터키·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도 인삼 재배에 나섰다고 합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수삼·백삼류 222.8%, 홍삼류 754.3%에 이르는 관세장벽이 제거될 경우 우리 인삼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약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실제로 인삼 1㎏당 생산비가 우리나라는 2만1,317원인 반면 미국 6,440원, 캐나다 8,604원, 중국 3,590원입니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시장에서 거래된 인삼 1㎏당 가격은 한국산이 212.85달러였으나 캐나다산 14.93달러, 미국산 73.55달러, 중국산 7.13달러에 불과했다는군요.

 

한국인삼 경쟁국들의 인삼비해 약리활성작용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등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계화율을 높여 노동력을 절감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등 과학적인 재배법을 확대하고 국제시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고려인삼명성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우리 인삼산업의 위기가 불리한 가격 경쟁력과 떨어지는 생산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고려인삼이 최고라는 사실에 그동안 너무 자만했다는 자성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정부는 경쟁력 제고 대책에 소홀했고, 연구기관이나 생산자단체는 신기술 개발과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이야기죠. 인삼의 날은 결국 이러한 위기의식과 자성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삼의 날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거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버이날이 있다고 해서 부모님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지요. 정부와 인삼업계는 인삼의 날 행사 개최에 만족하지 말고, 우리 인삼산업의 위기를 극복해 인삼 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히 하도록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우리 인삼제품을 사랑해 주시고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