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귀성객’이 될 수 있을까?

몽당연필62 2010. 9. 25. 08:30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귀성객’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제 고향은 호남선 열차나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종점인 목포까지 가서, 거기서 또 30분 남짓 가야하는 시골이지요. 처가 역시 인근 고장에 있기에,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이면 당연히 귀성객이 되어 본가에서 차례를 지내고 처가에 들러 하루 머문 뒤 서울로 돌아오곤 합니다.


명절 귀성 40여 차례… 예전엔 15시간이 기본이었다

저는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한 1989년부터 나이 50살 문턱 앞에 선 지금까지 22년째 명절마다 고향을 찾았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직장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고향을 찾지 못한 적도 있지만, 그것은 채 서너 번도 되지 않으니 얼추 40번 정도 귀성객이 되었던 것 같네요.

 

명절이면 찾아와 시골집 마당을 가득 채우는 형제들의 자동차.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골집 풍경이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 교통이 편리해졌고 서울 집에서 고향까지 길이 많이 막혀도 승용차로 7~8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1990년대까지만 해도 관광버스에 몸을 맡기고 15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다녔지요. 어떤 때는 차가 너무 막혀 피곤하다 못해 짜증이 나고 고향집에 도착했을 때는 진이 다 빠져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거나 고향이 수도권인 사람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이번에 고향집에 갔을 때는 ‘고향이 서울 이문동’인 딸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부모님께서 농사지으시는 논밭, 제가 어려서 뛰놀던 곳, 마을의 유적지 등을 보여주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나 추억담을 들려주었지요. 어쩌면 머지않아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갈 일이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아서입니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명절에 고향 찾을 사람 얼마나 될까

아버지께서 내년이면 80세가 되십니다. 이번에 뵈니 기력이 어찌나 쇠하셨던지요.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남은 한 분을 자식들이 사는 서울로 모실 것이고, 그리 되면 저희는 명절이 되어도 천리나 되는 고향을 찾을 일이 없겠지요.

사실 이러한 상황은 저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처가쪽도 비슷한 처지이고,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 도시에 살림을 낸 우리 중장년 세대의 공통된 상황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국 대부분의 시골마을은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허리 굽은 노인들만이 지켜가고 있으니까요.

 

지금 도시에서 살며 우리 산업과 경제의 중추가 되고 있는 중장년 세대는 성장기를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 이들이 명절 때마다 귀성객이 되어 고향을 찾고 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고향을 찾는 발길도 자연스럽게 끊을 것이다. 1977년 촬영한 사진.

 

정말 저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귀성객’이라는 이름으로 고향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시골이 고향이면서 국가경제가 팽창하는 시기에 도시로 올라와 터를 잡은 우리 중장년들은 몇 번이나 더 명절의 고속도로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저 개인의 경우는 어쩌면 5번, 많아도 10번(5년)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가슴 아픈 짐작을 해봅니다.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질 뿐입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