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내미 이야기

외교관 꿈꾸는 딸, 야구 보러 가버리다

몽당연필62 2010. 9. 10. 19:11

외교관 꿈꾸는 딸, 야구 보러 가버리다


대학교 2학년인 딸, 큰애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외교관이 되거나 국제기구에 근무하며 대한민국과 인류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요. 최근 외무고시 폐지와 외교아카데미 설립 등 정부의 제도 변경 계획으로 약간의 혼란이 있었지만, 외교관 되는 길이 오히려 다양해지거나 쉬워질지도 모르겠다며 희망을 가져보던 딸이었습니다.


딸애가 대학교 진학 이후 해왔던 아르바이트를 여름방학을 끝으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려던 참에, 마침 유명환 외교부장관의 딸 특채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중소기업이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가진 자들 ‘그들만의 리그’를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닌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딸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빠 역시 기성세대로서 이 부끄러운 사태에 책임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이 아빠가 장관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라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죽는 날까지 딸에게 변변한 직장을 알선해줄 수 없고, 딸은 죽어라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한 외교관이든 국제기구 근무든 꿈을 이룰 수가 없으니까요.


어제는 딸애가 좀 늦게 집에 들어오더니 난데없이 잠실야구장에 다녀왔다는 겁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롯데와 엘지의 경기를 관전했다는군요. 내색하지 않는 딸에게 저 역시 묻지 않았지만, 딸애는 어쩌면 전혀 공정하지 않은 이 사회에 대해 답답하고 분통터지는 마음을 달래려고 야구장을 찾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저는 딸애가 외교관의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과를 얻어서, 비록 재물도 인물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기회는 평등하게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임을 딸이 증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