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내미 이야기

휴대전화 때문에 작은애를 야단치다

몽당연필62 2008. 11. 11. 11:15

어젯밤, 고1인 작은애를 심하게 꾸지람했습니다. 발단은 휴대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아이가 전화기를 변기통에 빠뜨렸던 것입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 등교 준비로 바쁜 아침에, 그것도 화장실까지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평소 전화기를 끼고 사는 녀석이 생각 없이 화장실까지 가지고 들어갔다가 실수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침부터 야단을 치기는 그렇고 또 물에 빠뜨린 전화기도 잘 말리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 배터리를 분리해서 말려놓고 학교에 가라고 시켰습니다. 아침은 그렇게 평온하게(?) 지나갔습니다.

 

밤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3인 큰애가 수능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날이라 아내와 함께 큰애를 데리러 갔다가 작은애도 함께 태워오게 되었습니다. 뒷자리에 앉은 녀석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은애가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전화기가 작동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너 전화기 학교 가져가지 말랬잖아."

"..."

"충분히 말려야 한다고 했잖아."

"충분히 말렸어요."

"겉이 말랐다고 속의 습기도 그렇게 쉽게 없어지겠니?"

"화장실에서 바람으로 손 말리는 그걸로 여러 번 말렸다고요!"

"실수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는 건 뭔 소리야? 배터리는 왜 끼웠어?"

"정말로 실수였어요! 나 참, 분하지만 말을 안해야지..."

"뭐? 분하지만 말을 안해? 너 이자식 뭘 잘했다고 분하다는 거야? 너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도 그따위로 윗사람들께 쫑알쫑알 말대답하고 버릇없이 그럴래?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인정할줄도 알아야지 새끼야!"

 

마지막 저의 말은 분명히 폭언이었습니다. 내심 마음먹고 야단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전화기를 끼고 사는 아이에 대한 걱정, 그러면서도 정작 통화가 필요할 때 번번이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분노, 무슨 일이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유가 많은 태도 등에 대한 복합반응이었습니다.

 

당연히 집에 도착하기까지 차 안에는 냉랭한 공기만 감돌았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가니 아이는 벌써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습니다. 그 태도에 또 화가 났는데 아내가 눈짓을 하며 그냥 두랍니다. 야단 칠 만큼 쳤다는 뜻이었겠지요. 

 

남의 집 자식 학교 보내듯 그렇게 무심하게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출근한 오늘, 작은애에 대한 분노는 어느새 봄눈 녹듯 스러지고 대신 걱정과 미안함이 교차하는데, 마침 인터넷 뉴스에 휴대전화 없이 생활하는 두 교수의 이야기가 떠 눈길을 끕니다.

 

오늘은 작은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선 화해를 하고, 휴대전화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휴대전화... 그것 참 없애기엔 너무 익숙해져버린 애물입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