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작년 농가경제 악화…올해는 더 걱정

몽당연필62 2010. 5. 4. 11:13

작년 농가경제 악화…올해는 더 걱정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가소득은 가구당 3081만 4000원으로 2008년에 비해 1%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농가부채는 가구당 2626만 8000원으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농가부채 증가율이 농가소득 증가율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입니다. 농가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팍팍해졌음을 말해주는 대목이지요. 이러한 사실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서 밝혀졌습니다.


농가소득 중에서 실제로 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인 농업소득만을 따로 떼어서 살펴보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2009년 농업소득은 농가당 969만 8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겨우 0.5% 늘었습니다. 이는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의 증가율일 뿐만 아니라 2년 연속 1000만 원을 밑도는 금액입니다. 농업소득은 1994년 1032만 5000원으로 1000만 원대를 처음 돌파한 뒤 IMF(국제통화기금)사태의 충격이 가장 컸던 1998년을 제외하고는 2007년까지 줄곧 1000만 원을 상회했었습니다.

 

지난해 농가는 소득보다 부채 증가율이 더 높았다. 올해도 연초부터 계속된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수확 감소와 기름값 상승 등으로 농가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농민신문사 자료사진>

 

농업소득은 농산물을 판 농업총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금액입니다. 문제는 농업소득이 2006년 정점을 이뤄 1209만 2000원에 이르렀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239만 4000원(19.8%)이나 적은 969만 8000원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농업소득이 이처럼 감소한 원인은 이 기간에 농업총수입이 2.6% 줄어든 반면 경영비는 11.1%나 증가했기 때문이지요. 농사를 지어 번 돈이 약간 줄어든 데다 비료·농약·사료값 등으로 나가는 돈은 급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지난해 농가부채가 1.9% 증가한 점입니다. 농업용 부채가 전년 대비 3.3% 감소한 반면 가계용 등 비농업용 부채는 7.5% 늘었습니다. 차입처별로는 금융기관이 1.8% 감소하고 대신 사채가 무려 22.1%나 증가했다. 정부는 이러한 농가경제 악화 원인을 소상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움으로써 농가의 주름살을 하나라도 펴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간 작년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올해 농사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기름값 상승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맘때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 안팎이던 국제기름값은 70%정도가 올라 최근 85달러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원유값이 오르면 농민들에게 세금을 제하고 공급하는 면세유값도 오르게 되지요. 게다가 지난겨울부터 계속된 저온과 일조량 부족 때문에 하우스 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가온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많은 기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동안 ‘농어업재해대책법’의 자연재해 대상에서 빠져있던 일조량 부족이 올해부터는 재해로 인정되어 이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정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재해를 당해 보상받는 것이 재해를 당하지 않고 보상도 안 받는 것만큼이야 하겠습니까.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 살림살이인데, 올해 농사가 정말 걱정입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