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마을의 색깔은 개성이요 경쟁력이며 상품이다

몽당연필62 2009. 12. 3. 10:28

마을의 색깔은 개성이요 경쟁력이며 상품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마을이 색깔을 입는다는 것은 개성을 갖는다는 것이며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품성은 곧 마을의 활성화 및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연관이 있다. 특히 농촌마을의 경우는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농경문화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닷가 다랑논으로 유명한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 풍광. 다랑논에서는 여름에는 벼가, 겨울에는 마늘이 재배된다.

 

언젠가 한 지인으로부터 우리가 좀 더 잘살게 되고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여행을 해외보다는 국내로, 그것도 농촌으로 더 많이 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겉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 살림이 넉넉해지면 얼씨구나 하고 외국 관광을 하지, 이 좁은 땅덩이에 뭐 볼 게 더 있어 돌아다니겠느냐고 말이다.


색깔 있으면 멀리서도 사람이 찾아간다

요즘 형국을 보면 그분의 이야기가 옳았다. 절대 수로 따졌을 때 해외 관광객과 국내 농촌 방문객 중 어느 쪽이 많은지 모르겠으나, 농촌을 찾아 휴가를 보내거나 전통문화 등의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농촌 방문객 증가 이유가 정말 우리 살림이 펴지고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인지, 반대로 지속적인 경제 위기 때문에 해외 관광을 포기해서인지, 아니면 1사1촌 자매결연을 비롯해 6년째 전개되고 있는 농촌사랑운동의 여파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곳이 농산어촌의 마을이든 도시의 거리나 골목이든, 이름이 알려지고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마을에는 분명히 어떤 ‘색깔’이 있다. 이를테면 경관이 수려하거나, 유명한 먹을거리가 있거나, 재미있는 볼거리나 체험거리가 있거나 하는 것 말이다. 어떤 마을을 다른 마을보다 우위에 있게 해주는 이러한 색깔은 자연의 선물일 수도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문화와 전통일 수도 있고, 치열한 연구와 노력으로 개발해낸 결과물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북 경주시 산내면 학동마을과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은 다랑논 경관으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조상들의 노동력과 자연이 상생하여 빚어낸 예술품이며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한 층층의 다랑논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다.

 

'참외' 하면 어느 지역이 떠오르시는지? 경북 성주군은 해마다 참외축제 등을 열어 그곳이 참외의 고장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찐빵으로 유명한 강원 횡성군 안흥, 순대 하면 떠오르는 충남 천안시 병천, 모싯잎 송편의 고장 전남 영광군, 김밥을 맛보지 못하면 발걸음이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경남 통영시(충무) 등 특정한 먹을거리와 함께 떠오르는 고장이나 마을도 있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는 흥부가 태어나고(성산리) 놀부에게 쫓겨난 뒤 정착해 복을 받은 마을(성리)로, 전남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는 효녀 심청의 이야기가 깃든 마을로 채색되었다. 경기 양평군 구둔마을은 방문객과 마을 주민들이 어울려 직접 영화촬영 체험을 해볼 수 있는 마을로 유명하며, 이밖에 팜스테이나 전통문화 체험을 테마로 하여 이름을 알리는 마을도 여러 곳이다.

도시든 농촌이든 마을이 색깔을 입는다는 것은 개성을 갖는다는 것이며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과 상품성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품성은 곧 마을의 활성화 및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연관이 있다. 특히 농촌마을의 경우는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농경문화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색깔 있는 마을 찾아가 문화를 소비하자

마을에 색깔을 입히는 사람들(주민)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테마로 하여 마을을 개발하고 어떤 방법으로 홍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와 마을이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테마가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마을의 색깔이란 그 마을의 리더 혹은 예술인 몇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그 색은 언제든 바래버릴 수도 있다.

주 5일 근무제 정착 이후 주말을 이용해 가족 단위로 나들이나 간단한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다행인 것은 요즘엔 대부분의 가정이 승용차를 소유한 데다 내비게이션까지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지의 거리나 위치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색깔(테마)을 보고 마을을 찾아가는 방문객 입장에서는 마을의 지리적 특성보다는 그 색깔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따지게 된다.

요즘엔 농촌 지역에도 팜스테이마을이나 농촌사랑 시범마을, 각종 체험마을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어 조금만 신경 써서 찾아보면 가볼 만한 마을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 올라온 마을 방문기나 체험기는 대부분 사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가 된다.

 

최근 학교에서 단체로 농촌마을을 찾아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부부끼리 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하여 함께 천연 염색을 하거나 도리깨질을 하면서 그 마을만의 고유한 색깔을 마음껏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또 새끼 꼬고 가마니 짜는 광경을 보거나 인절미 떡메를 직접 쳐보는 것도 자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이다. 더구나 요즘은 단순히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체험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즐거움을 누리는 시대이다. 이번 겨울 방학 때는, 아니 언제든, 여기저기서 독특한 색깔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 문화를 소비해보시길.

 

몽당연필 / 사진 몽당연필, 농민신문사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