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노무현은 농촌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몽당연필62 2009. 5. 23. 12:00

노무현은 농촌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23일 갑자기 서거해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떠났다. 가족 앞으로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농민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출신 농민'이었던 그가 우리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들에게 어떤 모습과 자세를 보여주었는지 되돌아본다.

 

정치지도자가 농촌을 찾고 농민을 만나는 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 그야말로 '정치적인 행위', 요즘 하는 말로 '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인이 농촌을 찾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의도가 있는 액션이든 단순한 모션이든, 그 행위가 곧 자신의 이미지가 되며 행위의 대상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무현. 2003년 2월 25일부터 2008년 2월 24일까지 5년 동안 대통령이었던 그는 우리 대한민국의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과연 농촌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2002년대선 후보로서 표밭을 누리던 모습.

 

노무현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2년 농촌 현장을 비교적 자주 찾았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그가 매우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농민들과 잘 어울렸다는 점이다. 물론 후보이니 단 한 표라도 아쉬운 입장이라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2003년 농업인의 날 으뜸농산물 시식.

 

 2003년 농촌사랑운동 선포식 격려사.

 

하지만 농업과 농촌을 대하는 그의 진정성은 대통령이 된 이후 발휘되기 시작한다. 2003년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농업인의 날(11월 11일)에 참석하여 으뜸농산물을 직접 시식했고, 한달 뒤인 12월 11일에는 서울 양재동 농협유통에서 열린 '농촌사랑운동 선포식'에 참석하여 격려사를 했다.

 

충북 단양군 한드미마을에서 율무 파종과 목공예 체험을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이후에도 노무현은 농촌을 자주 찾았다. 2004년 8월 제주 감귤농장을 방문해 감귤 열매솎기 작업을 했고, 2005년 5월에는 충북 단양군 한드미마을을 찾아 목공예 체험과 율무 파종 그리고 고구마 순 심기 등을 했다. 2005년 10월에는 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농촌사랑 도농상생 한마당' 행사에 참석, 축사를 했다.

 

 2005년 10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농촌사랑 도농상생 한마당' 행사.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2006년 10월 노무현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을 참관했고, 2007년 3월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림부 업무보고 때는 파프리카 등 수출 농산물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해 6월 21일에는 전북 김제에서 열린 ‘농업인 단체장 및 농업 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2007년 농림부 업무보고와 농업인 단체장 및 농업 CEO 간담회.

 

노무현은 농촌현장을 찾는 행보와 함께 정책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한미FTA를 추진한 것이고, 또 하나는 119조원 투융자사업을 전개한 것이다.

한미FTA 협상은 농업인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7년 4월 타결되었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얻는 대신 농업과 식량주권을 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앞서 2003년 11월에는 향후 10년간 119조 원을 지원하는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때는 당연히 비농업계에서 비효율적인 짓이라고 비난했었다.

 


김해 봉하마을 장군차 밭에서 풀을 베는 노무현 전 대통령('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음).

 

2008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노무현은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가 하천을 살리고 친환경농업을 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냈다. 모두 알다시피 임기 후 귀향해 농사도 짓는 최초의 '대통령 출신 농민'이 되었다.

여기서 대통령 재임 당시 노무현의 농업·농촌 정책이 옳았다거나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밝혔듯이 그는 농민들에게 약(119조 사업)도 주고 병(한미FTA)도 주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는 집권 때 어떤 대통령보다도 농촌을 자주 찾았고 퇴임 후에는 농업에 몸소 종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농업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이다.

2009년 5월 23일, 영원히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떠난 노무현 그는 과연 농촌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아니, 그 영혼은 우리 농촌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