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이명박 대통령님, 헌화 방향이 다르네요?

몽당연필62 2009. 5. 30. 00:45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엄수되었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덕수궁 시민 분향소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아 당분간은 운영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국민장 기간 동안 시민 분향소에서, 관영 분향소에서, 그리고 영결식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영전에 헌화하는 모습을 무수히 볼 수 있었다. 헌화(獻花)란, 글자 그대로 신위나 영전에 꽃을 바치는 것 또는 그 꽃을 가리킨다.

  

 

보도된 헌화 모습을 보면 꽃봉오리가 영정 쪽을 향하도록 꽃을 놓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줄기가 영정 쪽을 향하도록 놓은 경우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한 영결식장과 정세균·이강래 의원이 헌화한 분향소에서는 꽃봉오리가 영정을 향하도록 놓여 있고(위 사진들), 다른 사람들이 헌화한 분향소에서는 줄기가 영정을 향하도록 놓여 있다(아래 사진들).

 

 

 

그렇다면 헌화할 때 꽃을 놓는 방향에도 예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렇게나 놓아도 되는 것일까? 몇몇 문헌과 사례를 보니 헌화할 때는 꽃봉오리가 영정이 아닌 조문객을 향하도록 놓아야 하나보다(물론 이와 반대의 견해도 적지 않다). 헌화란 꽃을 바치는(드리는) 것이라고 했으니, 고인이 그것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받으시기에 편하게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례를 지낼 때 신위를 기준으로 음식을 진설하고 신위를 기준으로 수저를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이강래 의원의 헌화는 꽃봉오리의 방향이 잘못된 셈이다.

아래 사진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헌화하는 모습이다. 이곳 분향소 역시 고인께서 꽃을 받아들기 편하게 봉오리가 아닌 줄기를 영정 쪽으로 바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라. 명함을 주고 받을 때도 받는 사람이 그것을 거꾸로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법 아니던가.

그런데 힐러리 국무장관의 헌화 사진을 보면 꽃줄기 끝에 은박지(?)를 감아 손잡이를 만든 것이 보인다. 이 손잡이는 아마도 바치는 사람이 잡는 것이 아니라 꽃을 받는 분께서 잡으시라는 의미의 정성일 듯싶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하필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정치지도자들이며 여야의 영수 격인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이강래 의원이 다른 사람들과 반대의 방향으로 헌화하고 있다. 헌화를 거꾸로 하듯 민심을 거스르고만 있으니 정치판이 난장판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이명박 대통령, 정세균·이강래 의원 그리고 여러 정치인들이여 기억하라! 당신들은 지금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빈소나 분향소에서 꽃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가? 국민을 두려워하라. 꽃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꽃을 바치는 사람으로 오래 존재하려거든,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라!

 

* 상가에서 문상을 할 때 꽃봉오리를 영정쪽으로 가게 헌화한 경우를 더러 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꼭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문객들은 대개 앞서 놓인(쌓인) 꽃들의 방향에 따라 헌화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최초 헌화자가 꽃을 어느 방향으로 놓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여기에서 언급된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이강래 의원의 헌화도 사실은 그들보다 먼저 헌화한 사람들의 꽃 방향을 따른 것 뿐이었을 것입니다. 핵심은 꽃의 방향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읽는 정치를 하라는 것이지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