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딸들아, 세상에 이런 바보가 다 있었단다

몽당연필62 2009. 5. 28. 09:44

딸들아, 우리나라에 이런 바보가 다 있었단다.

 

불의와 반칙이 아닌, 정의와 원칙과 상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은 바보가 있었단다.

권력은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깨우쳐주려고 애쓴 바보가 있었단다.

힘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더 깊이 고개 숙이고 두 손으로 술을 따르는 바보가 있었단다.

높은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가장 낮은 자리로 돌아가 농사를 지은 바보가 있었단다.

그렇게 원없이 당했으면서도 보복과 반목이 아닌 화해와 용서를 말한 바보가 있었단다.

주변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자신의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워한 바보가 있었단다.

원통한 죽음을 앞두고서도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한 바보가 있었단다.

자기를 버려달라고 해놓고 자신을 버려버린 바보가 있었단다.

바보라는 말을 무척 좋아했던 진짜 바보가 다 있었단다.

그 바보의 이름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 무, 현, 이었단다.

 

 

딸들아, 그리고 그 바보를 좋아한 아주 많은 바보들이 있었단다.

 

그 바보에게서 뭔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바보에게 뭔가를 주기 위해서,

스스로 팬이 되고 빠가 되고 후원자가 되었으며

앞다퉈 노란 풍선과 스카프와 리본과 넥타이를 찾고 촛불을 든 바보들이 있었단다. 

가진 그릇들이 너무 작아서, 아니 그 바보가 너무 커서,

그 바보를 담아낼 마음의 그릇을 가지지 못했던 무수한 바보들이 있었단다.

그가 떠난 다음에야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고,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애통해한 바보들이 있었단다.

그 바보들의 이름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단다.

 

사랑하는 두 딸아!

 

이 아빠가 오늘, 같은 시대를 살았음을 자랑스럽게 해주던 그 바보를,

영영 떠나보내는 자리에 다녀왔단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