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우체국 사칭 전화가 회사를 폭격하다

몽당연필62 2009. 2. 24. 14:30

오늘 오전 우리 부서에 우체국을 사칭하는 전화가 갑자기 폭주했습니다.

"고객님 앞으로 우편물이 반송되어 음성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다시 듣고싶으면 1번, 상담을 원하시면 0번을 누르십시오." 하는 그 전화 말입니다.

 

10여 명 되는 부서 직원 모두가 몇 분 간격으로 그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지어는 팩시밀리 전화로도 걸려왔습니다.

후반부에 전화를 받은 직원들은 벨이 울리면 나에게도 사기전화가 왔구나 하면서도 전화를 받지 않을 수는 없었지요.

고객의 민원을 비롯해 정말 필요한 전화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들은 저희 회사의 전화번호가 통째로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전에 휴대폰으로 이 전화를 몇 번 받아본 적은 있지만 회사의 유선전화로 받아보기는 처음입니다.

저보다 먼저 전화를 받은 다른 직원들이 '공습경보'를 발령했기에 물론 받는 순간 사기전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차분히 ARS 안내를 듣고 있다가 0번, 그러니까 상담을 원한다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정말 상담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여보세요."

"예 우체국입니다."

(젊은 여성 응답자입니다. ARS는 우리 표준말이었는데, 여성 응답자는 말투가 약간 어색합니다. 여러 사람이 일하는(?) 곳인지 많은 사람들의 음성도 섞여 들려옵니다. 저는 시침 뚝 떼고 묻습니다.)

"우편물이 반송되었다는데 어떤 우편물인가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름이요? 전화를 거기서 하셨으니 제 이름과 주소를 알고 있지 않나요?"

"저희가 전화하지 않았는데요."

(기가 막히지만 가짜 이름이라도 대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아까운 통화료 나가는 것을 방지해야 하나 잠시 망설여집니다. 사실 전화 오래 끌어봐야 득될 것은 없죠.)

"넌 이 전화통화를 얼마나 오래 끌면 성공하는 거니? 사기치느라 애쓴다."

뚝, 삐삐삐~~~~

 

우체국을 사칭하는 전화가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국제전화요금에 준하는 통화료를 노린다고도 하고, 이름을 묻는 것으로 보아 다음에는 주민등록번호를 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걱정도 됩니다.

저야 저들이 카드회사를 사칭하든 우체국을 사칭하든 계좌이체를 요구하든 대응이 가능한데,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이런 전화를 받으시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입니다.

저녁 때 어머니와 통화할 때, 혹시 우체국이라면서 전화가 오거든 그냥 끊으라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통장번호나 주민등록번호도 절대로 가르쳐주지 마시라고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