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벽화 그린 화가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몽당연필62 2009. 2. 2. 13:49

며칠 전 전남 무안군 청계면을 지나는데, 가슴이 설렜습니다. 도로변 담에 그려진 벽화가 아직도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지요. 이윽고 구암마을에 접어들어 차의 속도를 늦추는데, 아! 있습니다. 국도를 따라 늘어선 집들의 담에 채색된 벽화가 여전히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 벽화를 처음 본 것은, 아니 광주-목포간 국도가 지나는 무안군 청계면 구암마을 농가들의 담에 그림 그리는 것을 본 때는 2006년 11월의 일이니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출장길에 우연히 한 젊은 여성 화가가 도로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지요. 호기심 많은 나그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차를 세우고 화가와 인사를 나눈 다음 벽화를 그리는 연유를 물었습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화가는 "구암마을이 아버지의 고향이고 이장님이 아버지의 지인이신데, 이장님으로부터 친환경마을 조성 사업 일환으로 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수 없이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림도, 그림을 그리는 마음도,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화가의 허락을 얻어 작업 모습을 촬영하고 기분 좋게 다시 출장길을 서둘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중에 구암마을 이장님을 통해 알아보니 구암마을은 무안군 관내 민간단체들이 심사하고 무안군이 시상하는 마을 환경평가에서 3등으로 입상했다고 합니다. 1등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마치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2년여 전 구암마을에 벽화를 그리신 화가님의 안부를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벽화를 그리던 님의 마음처럼, 님의 삶 또한 무척 아름다우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짐합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재주지만 제가 가진 것도 저의 고향마을을 위해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고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