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봉하 오리쌀 생산한 ‘농민 노무현’의 의미

몽당연필62 2008. 10. 24. 14:56

봉하 오리쌀 생산한 ‘농민 노무현’의 의미


쌀 직불금 문제로 새삼 농민과 농촌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 직불금 제도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한 ‘농민’의 행보 역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농민의 이름은 ‘노무현’, 우리는 그가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농민 노무현이 최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수확했다. 일명 ‘봉하 오리쌀’이다. 오리를 이용한 농법이기에 지난 봄 AI(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는 마침내 쌀을 생산했고, 이 쌀을 팔기 위해 홈페이지에 ‘봉하장터’까지 개설했다.

 

 

노무현은 우리 정치사에서 대통령 퇴임 후 인기가 높아진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는 가장 높은 데(서울, 대통령)서 가장 낮은 데(농촌, 농민)로 옮겼음에도, 비난보다는 존경을 더 많이 받고 손가락질보다는 박수를 더 크게 받고 있다. ‘대통령 출신 농민’ 노무현은 우리 농민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노무현은 도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설렘을 안겨주었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더라도 할 일이 있음을 가르쳐주었다.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에 넌덜머리가 난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무기력증에 빠진 농민들은 모처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치 혀의 장난이 아닌 실천의 힘이 그렇게 만들었다.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의 노선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지닌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들에 대한 의미만은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농촌마을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하면서 전개하고 있는 ‘농촌사랑운동’이 5년 전 선포될 때, 그 자리에 노무현이 있었다. 그는 많은 농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며 한·미 FTA를 체결했으며,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지원하는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을 내놓은 사람이기도 하다.

 


농민들에게는 애와 증 모두의 대상일 수도 있는 노무현. 하지만 정치적 공과(功過)를 떠나, 현재의 노무현은 분명히 우리 농업 발전과 국민들의 농업관 형성에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오리쌀 수확을 비롯한 농사체험을 함으로써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농촌의 소중함을 배우도록 한 점은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땅을 사랑해서’ 농지를 샀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것일까. 그에게 굳이 ‘왜?’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의 아름다운 ‘이모작 인생’을 지켜볼 따름이다. ‘노무현이 쌀 직불금을 수령했다’는 유쾌한 뉴스도 들려오기를 기대하면서.


/몽당연필/


* 이 포스트에 쓴 사진들은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www.knowhow.or.kr)’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