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꼬라지 vs 싸가지 vs 거시기

몽당연필62 2008. 10. 2. 09:10

"비 쫄딱 맞은 꼬라지 하고는~" "우리 사는 꼬라지가 지금 말이 아니야." 예문에 보이는 것처럼 '꼬라지'는 드라마나 예능프로,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자주 듣고 쉽게 쓰는 말이다. 지난 2006년에는 탤런트 한예슬이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했던 "꼬라지 하고는~"이라는 대사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꼬라지라는 말이 과연 옳은 것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꼬라지에 대해 「1」'꼬락서니'의 방언(경기, 경상, 전남, 충청) 「2」'성깔'의 방언(전남)이라 정의했다. 즉, 앞 예문에서 꼬라지는 사투리이며 '꼬락서니'가 표준말인 것이다.

 

이 사전은 꼬락서니를 '꼴'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예문을 표준말로 고치면 "비 쫄딱 맞은 꼬락서니(꼴) 하고는~" "우리 사는 꼬락서니(꼴)가 지금 말이 아니야."가 된다.

 

그렇다면 2004년 하지원, 김재원, 김태현 등이 주연했던 영화 '내 사랑 싸가지'의 '싸가지'는 표준어일까. 싸가지 역시 강원과 전남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언으로, 표준어는 '싹수'이다.

 

2003년 박중훈, 정진영, 이문식 등이 출연했던 영화 '황산벌'에서는 백제군의 '거시기 해불자(거시기 해버리자)'라는 말을 해독하지 못해 신라군이 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거시기는 당당하게도 표준말이다! 사전은 거시기를 "정말 거시기 같이 생겼네." "내가 거시기를 어디다 뒀더라?"와 같이「I」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II」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가 거북할 때 쓰는 군소리로 소개하고 있다.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고, 다른 말도 같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방언(사투리)은 틀리고 표준말만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어를 사회 구성원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약속의 하나로 볼 때, 말의 본디 뜻을 제대로 알고 적합하게 사용한다면 더욱 좋을 터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