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농촌사랑운동'을 아십니까?

몽당연필62 2008. 9. 3. 19:01

 

 

'농촌사랑운동'을 아십니까?

 

추석(14일)을 앞두고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 기업들에 회장 명의로 서신을 보냈다. 내용은 '이번 추석 선물로 자매마을의 농산물을 이용해달라'는 것. 전경련이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에 앞장섰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경련 조석래 회장이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의 상임 공동대표이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농촌사랑운동 발족식 모습. 강신호 전경련 당시 회장(맨 오른쪽),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오른쪽 두 번째), 올해 고인이 된 박홍수 당시 농림부장관(왼쪽 두 번째) 등 주요 인사와 참석자들이 '1사1촌'이라 쓰인 패를 들고 있다.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는 2004년 10월 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발족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운동본부 사무실은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에 있다). 농촌사랑운동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와 농산물 생산자 단체인 농협 그리고 소비자단체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2003년 12월 11일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시작 

그렇다면 '농촌사랑운동'이란 무엇인가? 이보다 10개월쯤 앞선 2003년 12월 11일, 서울 양재동 농산물유통센터에서는 의미있는 행사 하나가 열린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 행사는 '도시민과 농업인이 함께하는  농촌사랑 선포식'. 이날 노 대통령과 경제계 및 농업계 인사들은 "갈수록 큰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도시민과 농민이 상생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다짐했으니, 이것이 바로 농촌사랑운동의 시작이다. 지난 2월 25일 퇴임 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화포천을 가꾸며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쩌면 이 농촌사랑운동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것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3년 12월 11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농촌사랑운동 선포식. 노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가 주민들과 함께 화포천을 가꾸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봉하마을 장군차밭에서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선포식 때부터 농촌사랑운동과 함께한 사람이다.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음)

 

농촌사랑운동은 말 그대로 '우리 농촌을 사랑하자'는 것이다. 실천 요령은 우리 농산물 애용하기, 휴가를 고향이나 농촌에서 보내기, 농촌 일손 돕기 등이다. 이를 위해 경제계에서는 기업체별로 1사1촌 자매결연에 나섰고, 이는 다시 1교1촌, 1부대1촌, 1사찰1촌 자매결연 등으로 확산되어 학교, 군부대, 교회와 절 등도 농촌사랑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외교부 장관 때 정부부처 최초 1사1촌 참여

경제계와 농업계 등 민간이 주도하여 시작한 농촌사랑운동이지만 여러 정부부처에서도 발빠르게 참여했다. 중앙부처로서 1사1촌 자매결연에 최초로 참여한 데는 외교통상부다. 최근 금의환향해 고향인 충북 음성군을 방문했던 반기문 UN사무총장이 2004년 10월 16일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와 결연을 했으니, 반기문 총장의 농업과 농촌에 대한 사랑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2004년 자매마을인 여주군 상호리마을의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둘러보는 모습.

 

반기문 UN사무총장(오른쪽)이 지난 7월 5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을 방문하여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를 한지에 써서 박수광 음성군수에게 전달하고 있다. 농업을 소중하게 여기는 반 총장의 지극한 마음이 엿보인다.

 

농촌사랑운동은 이후 제도적인 지원 체제까지 갖추게 되었다. 지난해 유선호 의원(민주당, 현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표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도농교류촉진법'이 지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 농촌사랑운동에 참여해 1사1촌 자매결연을 한 기업체 및 단체와 농촌마을은 한때 1만 쌍을 넘었으나, 현재는 결연만 하고 교류가 중단된 곳을 정비해 약 8천 쌍이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교류 내용은 자매기업에서 자매마을의 농산물을 구입해 구내식당에서 사용하는 경우, 기업체 직원들이 자매마을의 농산물을 택배로 구입하는 경우, 기업체 임직원들이 자매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하는 경우, 의료계에서는 자매마을을 찾아 무료 진료활동을 하는 경우, 학교에서는 자매마을을 전통예절이나 영농체험 등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의료진이 지난 어버이날 자매마을인 경기 여주군 산북면을 찾아 무료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촌도 기업체와 도시민들의 사랑을 무조건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매기업의 행사나 연수 장소를 제공하고, 명절 때 농산물을 선물로 보내며, 임직원들이 일손돕기를 나오면 일은 적게 하고 대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충분히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하며 보답하고 있다.

  

수도권서 먼 영호남은 1사1촌 자매결연도 상대적으로 소외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1사1촌 자매결연이 경기.강원.충청 등 수도권과 그 인접 지역 중심으로 이뤄져, 정작 사랑이 필요한 호남이나 영남의 농촌은 상대적으로 소외가 되고 있다. 삼성과 SK 등 전 계열사가 농촌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도 있지만, 더 많은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거나 결연을 했더라도 '활발한 교류'까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농촌사랑운동을 모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농촌사랑운동의 현재 과제는 '내실화'다. 형식적인 결연이나 교류가 아닌, 도시민들의 농촌사랑이 농업인들의 소득으로 연결되고 그리하여 농촌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는 도농교류촉진법 제정을 지원했고, 경기 고양시에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을 세워 기업체 임직원과 마을 지도자, 부녀회장,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촌사랑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으로 농촌사랑운동 참여하는 기업도

마침 기업들이 최근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농촌사랑운동 참여를 선택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역별로 결성된 '농촌사랑 대학생 자원봉사단'은 지난 여름방학 때 농촌을 찾아 배우고 체험하며 굵은 땀방울을 쏟기도 했다. 또 이번 전경련 회장의 서신과 같이 추석 선물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자는 호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농촌사랑운동은 농업과 농촌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농민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는 교육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하다.

 

농촌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다. 그리고 농업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우리 농업은 붕괴 직전이고,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농민들도 대부분 늙고 병들었다. 게다가 젊고 어린 세대는 농촌을 잘 알지 못하며,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고마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행복은 배부를 때 느끼는 것... 소중한 우리 농촌 반드시 지켜야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편리함과 삶의 즐거움은 배가 부를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농업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반도체나 선박, 자동차를 잃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우리가 농촌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다.

농촌사랑운동이 오는 12월 11일이면 선포 5주년을 맞는다. 우리 국민 모두가 농촌을 사랑하는 것이 곧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임을 깊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맨 위 사진은 지난해 8월 국토대장정에 나선 젊은이들이 '다랭이마을'로 유명한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논길을 지나는 모습입니다. <사진 제공 :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