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염전에서 땀흘리는 '소금같은' 내 친구

몽당연필62 2008. 8. 16. 13:19

염전에서 땀흘리는 '소금같은' 내 친구

 

사람이 살기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은 자신을 희생해(녹여) 다른 것의 부패와 변질을 막고 맛을 더해주기 때문에, 기독교의 성경에도 나올 만큼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개펄의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해 품질이 좋다.

 

암염(岩鹽)이 많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소금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天日鹽)인데, 대부분의 염전이 갯벌이 넓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남 신안군은 우리나라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이다.


신안군청이 제공하는 천일염 정보에 따르면, 전국 염전 3,926㏊(가동면적 기준) 가운데 54.8%인 2,151㏊가 신안군에 있고, 전국 연간 천일염 생산량 296,103t(2007년도 기준) 가운데 65.1%인 192,853t을 신안군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염전지대인 전남 신안군 신의면.


신안군에서도 신의면은 최대 염전지대이다. 목포에서 뱃길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신의면은 상태도와 하태도 두 섬을 하나의 섬으로 연결(이 때문에 섬 이름이 '상하태도'가 되었지만 요즘에는 '신의도'로 불리고 있다)하면서 두 섬 사이의 간석지에 대규모 염전을 조성했는데, 450㏊(전국의 11.5%)쯤의 염전에서 67,500t(전국의 22.8%) 정도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이곳 신의도의 한 염전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소금을 생산하기 위해 날마다 땀을 흘리고 있다. 바닷물을 저수지로 들이고, 아홉 단계의 누태(계단식 논처럼 조성한 염전을 가리키는 용어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고 한다)를 통해 점차 염도를 높이며, 마침내 결정지에서 소금을 미는 것(소금 결정체를 한데 모으는 작업을 '소금을 민다'고 한다)이 그의 일이다.

 

 염전의 최종 단계인 결정지에서 침전되고 있는 소금 결정체.

 

 소금을 밀고 있는(채염하고 있는) 친구의 아내.


친구를 만난 날은 더위가 최고조에 달한 8월 14일이었다. 8월은 햇볕이 강하고 바람도 적당하게 불어 천일염 생산에 최적기라고 한다. 뜨거운 염전에서 벌겋게 익은 얼굴로 소금 생산 과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 소금 미는 시범까지 보여준 친구는 온몸이 바닷물보다 더 짠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금은 식용과 공업용 등 여러 분야에서 무려 14,000여 용도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소금임에도 친구를 비롯한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로 수입 소금 때문이다. 2007년 소금 수급 현황을 보면 국내 생산이 296,103t이었던 것에 비해 수입 소금은 무려 8.5배인 2,514,000t이나 되었다.

 

 소금을 창고로 운반하기 위해 레일 통에 담는 모습.

 

 염전 둑에 설치한 레일을 따라 소금통을 운반하고 있다.

 

 창고에 도착한 소금이 컨베이어에 의해 부려지고 있다.


그래도 친구는 천일염 생산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고 한다. 품질에서 외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고, 농협을 통한 대량 출하와 인터넷을 통한 택배판매 등 판로가 개척되고 있으며, 그 동안 '광물'로 분류돼온 천일염이 지난 3월 28일부터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인정되면서 천일염 사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도 "더워 죽겠네"를 연발하고 있었을 그 시간, 뙤약볕 아래서 소금 알갱이같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채염 작업에 여념이 없던 내 친구 부부의 모습은 숭고한 그림이었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피해 도시로 몰려드는 마당에 친구 부부는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소금을 가득 실은 차들이 목포행 화물선에 오르고 있다.


구릿빛 얼굴 때문에 이가 더욱 하얗게 빛나던 소금쟁이 내 친구야! 염전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를 직접 보니 내 마음이 아린다. 그리고 그 노동에 비해 보상은 얼마나 턱없이 적은지를 알게 되니 내 마음이 쓰린다.


친구야! 너는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빛이요 소금과 같은 존재가 아니냐. 네가 정말 소중하고 고맙구나.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품질 좋은 소금을 생산해 우리 국민의 식탁에 맛을 더해주렴!


* 유난히 하얀 천일염은 고품질일까 저품질일까?

천일염의 색깔이 유난히 하얗다면 품질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염전을 하는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순백의 천일염은 색소 처리나 별도의 가공을 한 것이 아니라 소금 결정지(염전 중에서도 소금이 실제로 만들어지는 마지막 장소) 청소를 잘했기 때문에 생산되는 것이라고 한다. 즉, 한번 소금을 생산한 결정지의 물을 완전히 빼내고 바닥을 헹군 다음 새 물을 채워 소금을 생산하면 하얀 소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일염은 누른빛을 띠는 것보다 새하얀 것이 고품질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