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쓰는 글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방음료 어떤 게 있나

몽당연필62 2008. 7. 31. 10:31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방음료 어떤 게 있나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수 한 잔으로 갈증을 풀기도 하는 시기입니다. 편의점에서 탄산가스가 들어 있는 청량음료를 마시다가, 청량음료가 아닌 한방음료의 현황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음료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지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한방음료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데 약간의 혼란이 생겼습니다. ‘한방(韓方)음료’라면 ‘한약재를 재료로 하여 만든 음료수’ 정도가 될 터인데, 그 개념이 좀 모호한 것입니다. 첫 번째 혼란은 한약재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고, 두 번째 혼란은 매장에서 구입하여 곧바로 마실 수 있는 것만 음료인가 아니면 분말이나 티백에 담긴 것을 구입했다가 나중에 물에 타거나 우려서 먹는 것도 음료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전국 농협에서 음료 121가지, 차 103가지 생산

이 혼란을 잠시 제쳐두고, 한방음료의 원료는 기본적으로 농산물(물론 가장 주가 되는 재료는 ‘물’이겠지만)이라는 점에 착안해 농협중앙회에 문의하니 마침 전국의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에서 생산하는 음료와 차 제품 목록이 있답니다. 팩스로 받은 목록에는 음료로 분류된 것이 120여 가지, 차로 분류된 것이 100여 가지나 되더군요. 농협에서 생산되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으니 다른 기업체의 제품들을 모두 합친다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나겠지요.

아무튼 농협의 음료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건강음료로 분류된 것들인데 무려 51가지나 되었습니다. 이 외에 감귤음료 12가지, 매실음료 10가지, 쌀·홍삼·포도·배음료 각 8가지, 알로에음료 7가지, 사과음료 5가지, 대추음료 4가지 순이었습니다. 차 부문은 녹차가 가장 많아서 41가지나 되고, 유자차와 전통잎차가 각 8가지, 기타 차류가 46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한방음료만 따로 생각한다면 가짓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 음료 목록에는 알로에를 비롯한 주스나 각종 과실의 즙, 식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또 차 종류는 치커리볶음, 식혜 티백, 심지어 ‘마신다’기보다 ‘먹는다’는 것이 옳을 죽까지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음료’는 많지만 ‘한방음료’는 다양하지 않아

그래서 이번엔 음료가 판매되는 현장을 직접 찾아 제품들을 살펴보면서 한방음료의 범위를 좁히고, 요즘 어떤 제품들이 나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판매 현장으로 선택한 곳은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농협 하나로클럽. 하나로클럽은 농산물을 비롯한 식품 판매 위주의 대형 매장이니 음료수도 그 어떤 곳보다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도착해 음료와 차 코너를 돌아보니 대형 매장답게 페트병·유리병·캔 등으로 포장된 물량이 매우 많은데,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지가 않았습니다. 또 농협에서 생산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업체에서 생산한 것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었고요.

이들 제품을 살펴보면서 이번 조사 대상으로 정한 것이 ‘한약재를 사용하되 그것이 음료수든 차든 액체 상태로 판매되는 것’이었습니다. 즉, 나중에 차로 만들어 마실 분말이나 잎, 티백 등의 제품은 그 성분이 한약재라 할지라도 일단 한방음료의 범주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이렇게 범위를 정하고 나니 그것이 곧 자연스럽게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방음료’의 기준이 되었습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몽당연필 개인이 조사의 편의를 위해 정한 기준입니다).

한방음료는 청량음료 등 일반음료와 마찬가지로 페트병에 담긴 것, 유리병에 담긴 것, 캔에 담긴 것으로 크게 구분됩니다. 물론 같은 음료가 유리병에 담기기도 하고 캔에 담기기도 하는 등 포장 방법만 달리 한 것도 많습니다.

 

 

먼저 페트병에 담긴 것으로는 결명자·옥수수 수염·매실·보리·검정콩·머루·양파 등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페트병은 용량이 크면서 깨질 염려가 없어 휴대하기 쉽고 가격이 쌀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넣어두고 언제든 물처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겠지요.

병이나 캔에 든 음료는 아무래도 용량에 비해 값은 비싼 편입니다. 병에 든 것으로는 홍삼·복분자·칡 등이 원료인 것, 캔에 든 것으로는 녹차·현미흑초·우롱차·석류·검정콩 등을 사용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전망 밝은 한방음료, 신상품 개발과 마케팅 힘써야

결국 액체 상태의 것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방음료라고 할 만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정작 한약재로 꼽히는 유자·두충·인진쑥·둥굴레·율무·은행·대추·생강·모과·결명자·오미자·감잎·뽕잎·솔잎 등은 분말이나 말린 잎 상태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러한 것들도 넓은 의미에서 한방음료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우리 한방음료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한편 조사를 할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문이 있었습니다. 하나로클럽에서 발견한 증탕류 코너가 그것입니다. 이 코너에서는 녹용·오가피·홍삼·헛개·복분자·천마·칡·석창포·참옻·호박 등을 재료로 가공한 음료 제품들이 파우치 포장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진정한 의미의 한방음료라 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증탕류는 거의 전부가 일정한 수량을 한 박스에 담아 재포장한 세트 상품이라 낱개로 구입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또 언제든 마실 수 있는 음료수라기보다 값비싼 건강 보조식품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한방음료에 포함하기엔 거리가 느껴졌습니다.

한방음료라고 하면 실제로 한약재 성분을 몇 가지나, 또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음료가 화학음료에 비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최근 차가 더욱 폭넓게 음용되고 있는 것도 한약재를 이용한 새로운 음료수 개발과 시장 확대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농협을 비롯한 식품업체에서는 새로운 한방음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기존의 제품에 대하여는 마케팅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1. 이 글은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 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한방음료까지 조사하면 종류가 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2. 소비자 입장에서 '한방음료'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주스'일 것입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주스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농산물로 만든 토종 주스들 말입니다. ^^
 

글 : 몽당연필 / 사진 : 최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