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행복계단

100개의 행복 계단(1)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몽당연필62 2016. 1. 7. 08:35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쉰다섯, 아직 내 세대의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친구 부모님의 별세를 알리는 소식을 주고받는 가운데 더러는 친구의 부음도 접한다. 한창 일할 나이이며 가정이나 사회에서 안정을 이루고 아이들 교육과 혼사 문제 등으로 돈 들일 일도 많은 시기에, 가장의 갑작스런 부재는 평온과 긴장을 함께 깨뜨리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가, 잠자리에 들 때 불현듯 ‘내가 과연 내일 아침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젖기도 한다. 돌연사 비율이 가장 높다는 40대 후반을 건너 지천명(知天命)까지 돌파한 나이는, 건강하면서도 건강을 자신할 수 없게 하고 혹시 모를 나의 부재에 당황할 가족 걱정으로 잠을 설치게 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작은애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녀석이 자다 말고 일어나 갑자기 엉엉 운 일이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서워서”라는 대답이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늙으면 죽는 게 당연한데 왜 무섭냐고 물으니까 “죽으면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잖아요” 하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채 10년도 살지 않은 어린애에게도 죽음은 두려운 것인가 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하나, 나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적게 남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아침마다 햇살이 더욱 새롭게 느껴질 것이고, 그 새로움의 강도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맑은 날이면 당연히 보는 것이 햇살이건만 그 햇살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살아있다는 것! 이보다 아름답고 고마운 것이 어디에 또 있을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으니, 지금의 삶이 다소 신산할지언정 내가 살아있고 또 아침이면 눈을 떠 햇살에 눈부셔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뿐이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