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촛불집회 50회, 말귀 못 알아듣는 대통령

몽당연필62 2008. 6. 27. 09:55

참 답답한 노릇이다. 아무리 외쳐도 말귀를 알아듣지를 못하니. 분명히 귀가 뚫려있고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가 곧 대한민국의 CEO를 자처한, 그러니까 국민을 주인에서 종업원으로 강등시키고 자신은 머슴에서 최고경영자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이명박 대통령이다.

 

6월 26일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50회를 맞았다.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날마다 촛불집회가 열린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이날 정부는 마침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의 고시를 강행했다.

 

 

 

쇠고기 촛불집회가 50회나 열리는 동안 유모차를 탄 아기부터 학생과 직장인,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다름아닌 '안전한 먹을거리'였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쇠고기를 들여오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쇠고기 자급률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한우농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쇠고기 시장은 이미 충분히 개방되어 있으며, 미국이나 캐나다산 쇠고기가 최근 5년째 수입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곳에서 광우병이 발생했기 때문일 뿐이다. 

 

촛불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느니 어떻느니 궁색한 변명이 있었고,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협상 조문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의 자율 결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뼈와 내장 등 광우병 위험부위의 수입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협상 당시 실무자들에게 "미국이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마라"고 버텼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도 덜컥 도장을 찍어주고는 한다는 소리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재협상은 안 된다고 버티고, 추가협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그다지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보고 깊이 반성했다며 사과한 지 며칠 만에 불법 촛불집회에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해 '위장전입자가 사과도 위장으로 했다'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담화문을 발표해 "외국과의 어떠한 협상에서도 우리 국민의 건강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촛불을 끄지 않는 이유다.

 

불과 며칠 전에 캐나다에서 또 광우병 소가 확인되었고, 미국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취소되었으며, 국민들은 계속해서 촛불을 들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 쇠고기 문제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표출하며 정권 퇴진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는 아주 간단하고 소박하다. 앞에서 밝혔듯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쇠고기를 들여오라는 것이다. 최소한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쁜 조건으로 수입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 간단한 말귀마저도 못 알아들으니 국민들이 "대통령 그만 하고 파란 기와집 방 빼라"는 것 아닌가!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