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눈물 솟게 만든 여자 핸드볼 마지막 작전타임

몽당연필62 2008. 8. 23. 16:31

눈물 솟게 만든 여자 핸드볼 마지막 작전타임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헝가리의 경기. 막판 선전으로 점수 차가 넉넉하게 벌어져 동메달 획득이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임영철 감독은 경기 종료 약 1분을 남겨놓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천천히 볼을 돌리며 시간만 보내면 동메달은 우리 것인데 작전타임이라니? 카메라와 마이크가 한국 선수들에게 향했다.

 

헝가리와의 경기 종료 후 임영철 감독과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아! 임영철 감독의 작전(?)은 보고 듣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물이 왈칵 솟게 하는 것이었다. 작전의 요지는 "고참들은 이것이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아니냐. 그러니 고참 선수들에게 동메달 획득 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해주자. (또 기회가 있을)후배 선수들이 이해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임 감독은 고참 선수들을 한명한명 꼽아 멤버를 확정했다. 이에 앞서 골키퍼를 이민희 선수에서 오영란 선수로 교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터이다.

 

마침내 경기는 33대28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코트에는 다시는 올림픽 무대를 밟기 힘들 일곱 명의 고참 선수들이 서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일제히 코트로 뛰어나와 다시 한번 재연된 '우생순' 신화의 감동을 만끽했다.

 

임영철 감독의 마지막 작전타임을 보니 우생순 신화가 그저 얻어진 것은 결코 아님을 알겠다. 단 1분 뿐이지만 마지막 영광의 순간은 고참 선수들이 누리도록 해주는 배려, 선수들을 하나로 단단하게 묶는 인화, 그런 것이 느껴진 것이다. 참으로 눈물이 왈칵 솟는 작전타임이었다.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