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내미 이야기

외고생의 내신성적 스트레스

몽당연필62 2008. 4. 8. 08:55

지난 3월에 보았던 모의고사(정확하게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표가 나왔다. 3학년인 큰애야 이미 여러 차례 모의고사를 치렀기에 성적 수준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1학년인 작은애는 전국 규모의 시험을 처음 치르기 때문에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던 터였다.

 

"망했어요!"

성적표를 꺼내놓으며 작은애가 한 말은 간단명료했다. 도대체 결과가 어떻게 나왔길래 망했다는 건지? 성적표를 펼쳐보니 이건 망한 것도 아니고 안 망한 것도 아니다. 5개 영역 가운데 학년(학교) 석차가 2개 영역은 상위권, 1개 영역은 중위권, 2개 영역은 하위권으로 고르게(?) 분포했기 때문이다.

 

<작은애의 2008년 3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통지표>

영       역

원점수

학급 석차

학교 석차

전국 백분위

전국 등급

언       어

90

27/35

222/315

96.71

1

수       리

96

4/35

26/315

99.62

1

외국어(영어)

98

20/35

152/315

98.57

1

사 회 탐 구

83

25/35

213/315

95.04

2

과 학 탐 구

79

2/35

14/315

98.85

1

 

고1의 이번 시험은 고교 과정이 아닌 중학교 과정으로 치른 것이다. 그리고 작은애의 학교 성적은 전체로 보아 중위권, 혹은 그보다 약간 위로 볼 수 있다. 작은애는 망했다고 한숨을 쉬었지만 나는 반대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큰애가 첫 시험에서의 성적을 3학년이 되도록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는 경험으로 보아, 작은애도 중위권 정도의 성적은 유지하게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작은애의 성적은 전국 백분위와 1등급이 4개이고 2등급이 1개인 전국 등급을 생각하면 매우 좋은 편이다(내년부터 수능에서는 등급제가 폐지되지만). 그럼에도 작은애가 '망했다'고 한숨을 쉬는 것은 중위권에 '불과한' 학교 석차, 곧 내신성적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외고를 포함한 특목고에 다니는 대다수 학생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특목고는 우수한 학생들의 집합체이다. 모두들 중학교 때는 한가락씩 했던 아이들이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도 한곳에 모아놓고 서열을 매기면 누군가는 1등을 하고 누군가는 꼴등을 하게 마련이다. 중학교 때 최상위권이던 성적이 특목고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충격은 결국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큰애 때도 그랬지만 둘째 역시 외고에 보내기로 하면서 우리는 내신성적의 불리함을 감수하리라 생각했었다. 애들이 중학교 때 다니던 학원에서 특목고를 목표로 함께 공부하던 학생 가운데 몇 명은 합격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막판에 일반고를 선택했다. 그들은 톡목고에 가면 내신에서 불리하고 그것이 명문대(결국은 서울대) 진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주요 외고 가운데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이것은 내신성적이 발목을 붙잡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수능에서 등급제를 폐지하고 점수제로 전환하다는 방침이 나왔지만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한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중학생으로서 성적이 빼어나다면, 그리고 학습여건이나 교우관계 등을 떠나 오로지 서울대 진학만이 목표라면, 굳이 내신의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특목고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이유이다.

 

<주요 외고 및 자사고 2007~2008학년도 진학 성적>

학 교

서 울 대

고 려 대

연 세 대

2007년

2008년

2007년

2008년

2007년

2008년

대원외고

69

71

172

145

147

132

명덕외고

41

40

124

83

137

108

한영외고

31

20

87

72

86

80

대일외고

15

18

113

136

103

69

용인외고

-

21

-

55

-

34

안양외고

18

19

91

86

76

70

과천외고

12

6

92

65

68

58

상산고

20

36

54

76

36

85

해운대고

12

13

54

51

31

31

포항제철고

18

11

42

35

43

30

* 동아일보 보도 내용에서 발췌한 자료임.

 

결론을 말하자면, 우리 작은애는 이번 모의고사 정도로 성적을 유지한다고 볼 때 서울대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작은애는 그냥 일반고에 보내서 서울대를 노려볼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크게 아쉽지 않은 것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는 이미 아이들을 외고에 보내면서 내신성적에서 불리할 것을 감수하리라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굳이 외고를 보냈는가? 외고는 일단 학습 분위기가 다르다. 따라서 학교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 게다가 사교육비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 외고생의 사교육비는 학생에 따라 차이가 있을 터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거론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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