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할머니를 불러냈을까
누가 봄 아니랄까봐, 살구꽃이며 개나리들이 저마다 알아서 피었다.
혹시 봄 못 알아볼까봐, 도랑이며 길섶의 풀들이 서둘러 푸르렀다.
농군들이 밭갈이며 논갈이 때 놓칠세라, 비님마저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놓았다.
꽃향기에 취하고 봄비를 핑계 삼아 게으름 피우면 딱 좋을 날,
할머니가 우산을 받쳐 들고 길을 나섰다.
마실 가는지 장에 가는지 아니면 봄맞이를 가는지,
살포시 잡아 올린 치맛자락이 더딘 걸음보다 더 조심스럽다.
누가 할머니를 불러냈을까.
봄이 그랬을 테지, 아무렴.
사진 제공 :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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