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상 다리가 휘도록 차린 음식

몽당연필62 2007. 12. 11. 10:50

가족 중 한 사람이 생일을 맞았습니다. 어른께서 덕담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차려진 음식을 보시죠. 케이크와 반찬 몇 가지가 전부입니다. 이미 수저가 놓인 것으로 보아 밥과 국만 나오면 식사를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박한 차림인데도 상 다리는 휘어져 있습니다. 나머지 음식이 나오면 그 상 다리가 아주 주저앉아 버릴까봐, 한 녀석이 살포시 상 다리를 쥐어 지탱하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식탁'과 우리의 '밥상'이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지요. 식탁 다리는 꼿꼿하게 서 있지만, 밥상 다리는 휘어져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한술 밥에 된장과 고추만 올려놓고도, ‘상 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렸다는 해학을 보여주었습니다. 밥상에는 안빈낙도, 곧 가볍게 살기의 정신도 함께 차렸던 것이지요. 마음이든 그릇이든 너무 많이 채우면 비우기가 더 어렵다는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는지요.


핸드폰과 e메일과 컴퓨터, 주문만 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맛난 음식, 자동차와 고급 가구와 다기능 첨단 전자제품들…. 생활이 참 편리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차고 넘치면 행복할줄 알았는데, 그것들이 있어도 우리의 몸은 지치고 마음이 무거우니 말입니다.


우리 자신과 주변을 줄이고 비워보면 어떨까요. 2006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1인당 GDP가 2900달러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공화국’이었다고 합니다. 크고 무겁고 비싸고 맛있고 새로운 것들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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