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하는 소리

일취월장한 한나라당 국어 실력 "주어가 없잖아요!"

몽당연필62 2007. 12. 17. 21:44

우리 국어가 외래어에 밀려 사라지거나 국적불명의 인터넷 언어 때문에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나라당이 올해들어 불과 몇 개월 만에 국어실력에 장족의 발전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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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슈를 풍자한 것이며, 사실과는 다르니 그냥 웃고 넘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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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7일 이명박 대선후보의 2000년 10월 광운대 특강 동영상과 관련, “CD에는 ‘BBK를 설립했다’고만 언급돼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돼 있지 않다”며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 말은 주어가 빠진 명백한 비문이므로, 동영상에 출연한 사람이 이명박 후보인 것은 맞지만 BBK를 설립한 사람은 이명박 후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동영상을 자세히 분석한 사람들은 이명박 후보가 특강에서 분명히 주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저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경원 대변인이 "내가 설립하였다고 돼 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는, 이명박 후보가 분명히 '내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 '저는'과 '제가'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어법에서 주어는 '내가'이지 '저는'이나 '제가'는 주어가 아니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는 "한 문장에서 주어가 '저는'과 '제가'로 두 번이나 사용되었으므로 이 역시 비문이기 때문에 주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뒷받침도 있다.

 

나경원 대변인의 이러한 월등한 국어 실력은 우리말을 경시하는 세태에 커다란 경종이 되고 있다. 국어의 문법도 법인데, 그까짓 문법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감히 형법이나 민법, 나아가 헌법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의 방증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국어 실력과 문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력은 몇 달 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명박 후보가 지난 현충일에 국립현충원에 참배하고 방명록에 남긴 글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오류 투성이였는데, 당원 전부가 불과 반년 만에 '주어'를 논할 만큼 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이다.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어 문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재무장과 자신감은 최근 수능시험이 끝났음에도 끝없는 향학열과 학구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모범 사례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이명박 후보가 평소 강조하는 '법과 질서가 바로 선 나라'와도 합치되는 부분이다. 그 첫걸음이 우리 국어의 문법부터 바로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어록으로 회자되는 발언 가운데 주어가 불분명한 발언 몇 가지는 이명박 후보의 발언이 아니라고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철회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말로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굳이 밝힌다면 인도의 간디와 국내의 안창호 씨를 존경한다." 등 주어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발언들이 꼽히고 있다.

 

/잡문신문 연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