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아이비 동영상 협박 사건, 피해자가 죄인 되는 일 없어야

몽당연필62 2007. 11. 4. 00:53

가수 아이비가 전에 사귀었던 남자로부터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남자가 입에 올린 동영상이야 보나마나 몰래 촬영한 사생활 내용일 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다행히 동영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인기 절정에 있던 여자 연예인들의 사생활 장면이 공개돼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던 경험이 있다. 1998년 '5양 비디오'와 2000년 '100양 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당사자들은 피해자임에도 대중의 눈을 피해 숨어야 했다. 이 무렵이 마침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기라 일반인들은 이 연예인들의 동영상을 구하거나 주고받기 위해 앞다퉈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오늘날 IT강국 대한민국의 기반이 이 사건들에서 비롯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동영상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 뒤로 탤런트 2양도 비디오 파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5양이나 100양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동영상이 유출돼 손도 써보지 못한 채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던 것과 달리, 2양은 자신이 먼저 사법 당국에 신고를 함으로써 사태를 쉽게 수습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아무튼 비디오 사건 당시 주인공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사랑과 성생활 때문에 여자로서 최대의 수치를 당했고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끊기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동정보다는 처신에 대한 비난을 더 크게 받으며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그들이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수와 탤런트로 당당하게 재기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아이비도 2양처럼 협박을 받자 먼저 신고를 해서 수습을 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동영상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만약에 동영상이 있어서 유포된다고 해도 예전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중이 여자 연예인에 관대해져서가 아니라, 이미 몇 차례 연예인 사생활 동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한 경험이 있는 데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야동'으로 내성도 충분히 길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아이비의 동영상이 있어서 인터넷에 유포된다고 치자. 호기심에 그것을 보는 것이야 막을 수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아이비를 비난하거나 죄인 취급하지는 말자.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삶의 형태이다. 그 정상적인 것을 몰래 촬영해 협박하는 행위가 비정상적이며 범죄행위인 것이다. 우리가 연예인 사생활 폭로 행위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피해자를 또다시 제2의 5양이나 100양으로 만들어 인격적으로 살해해버릴 뿐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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