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연예인 부부, 이혼할 때 연기 좀 잘들 해라!

몽당연필62 2007. 10. 31. 09:52

연예인 부부의 이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민영-이찬, 이영하-선우은숙, 박철-옥소리 부부가 이혼을 했거나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자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이미숙, 채정안, 오만석, 신은경 등도 이혼을 했다고 한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싫은 사람과 지내는 것은 비극이다. 미운 사람과 날마다 얼굴을 맞댄다는 것도 참담한 일이다. 그래서 이혼이나 이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이혼은 성격 차이든 불륜 때문이든 경제력 때문이든 서로의 자유를 위해서든 하다못해 위장이혼이든, 모두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당사자들에게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요즘 연예인 부부 이혼의 관심사는 박철-옥소리 부부에게 쏠리고 있다. 박철은 언론을 향해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보호해달라고. 부모의 추한 모습 보이기 싫고, 아이에게 충격을 주기 싫은 부정(父情)에서 나온 말이었으리라. 그러나 박철의 호소는 한편으로는 옳으면서 한편으로는 틀렸다.

 

이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연예인의 이혼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이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위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기에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소란으로부터 박철과 옥소리의 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모두가 협조해야 할 일임에 틀림 없으나, 혹여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 부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대중에게 그들은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인 것이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그리고 관심은, 때로는 황홀할 만큼 뜨겁지만 때로는 처절할 만큼 가혹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것을 잘 알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공인(公人)'이라고 칭한다. 그들이 결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엄밀히 말하면 공인이 아님에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공인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이민영-이찬 부부는 결혼 하자마자 파경을 맞았기에 경우가 좀 다르지만, 이영하-선우은숙, 박철-옥소리 부부의 이혼을 지켜보면서 착잡해지는 것을 감추기 어렵다. 그들은 평소 '잉꼬부부'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이혼은 평탄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을 그동안 빼어난 연기 실력으로 가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마침 이들이 모두 탤런트 부부들이니, 끝까지 좋은 연기를 펼쳤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마음이 떠났지만 억지로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를 바랐다는 말은 아니다. 헤어지더라도 '사랑하므로 헤어진다'는 유치찬란한 언사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좀 더 덜 추하게 헤어질 수는 없었는가. 상대에게, 그렇게 걱정되는 아이에게, 좀 더 상처를 덜 줄 수는 없었는가. 빼어난 연기력을 통해서 말이다.

 

연기에도 연륜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신세대인 이민영-이찬이 자신들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무협드라마를, 중견인 박철-옥소리가 그래도 조금은 감정을 억누른 법정드라마를 연기한 것과 달리, 원로(?)급인 이영하-선우은숙은 "부부간의 문제나 집안의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활동에 좀 더 충실하고자, 뜻하는 생각들과 견해 차이가 있어 최종 합의 이혼하게 됐다"며 순애보적 멜로드라마로 이혼을 연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짜 속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영하-선우은숙 부부는 헤어지는 마당에 나름대로 연기를 잘했다. 기자회견에서의 발표 내용이야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들은 치고받고 싸우거나 고소하는 모습 대신 대중의 비난과 관심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럴듯한' 명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른 이혼 부부에 비해 소란을 조기에 잠재우고 이미지를 비교적 좋게 유지하게 된 것은 명연기에 따른 덤이 아니겠는가.

 

탤런트를 비롯한 연예인 부부들이여. 결혼할 때의 마음 변치 않고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해로하면 좋겠으나, 함께 못 살겠으면 이혼하라. 그러나 헤어지는 마당에 속마음 다 드러내놓지 말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마지막으로 쇼를 하라. 당신들의 이혼이 대중에게 관심사가 되고 이로 인해 아이가 충격받고 당신들의 인기가 영향받을 것을 걱정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연기력을 총동원해 절절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이별 연기로 대중에게 감동을 주고 속여넘기라!

 

덧붙여 연예인들에게 고한다. 당신들이 공인이라고? 제발 무식한 소리 좀 하지 마라. 대중은 당신들의 이혼에 호기심을 가질지언정 전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대중은 당신들의 결혼도 이혼도 멀찍이서 바라보는 구경꾼일 뿐이다. 당신들 연예인은 이 시대의 광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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