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하고 하는 말

지하철 모유수유, '엄마'란 그런 것이다

몽당연필62 2007. 10. 16. 09:10

최근 지하철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린 한 엄마의 이야기가 화제였다. 아기가 보채자 카디건으로 가리고 젖을 먹였는데 이것을 본 주변 청년들이 "아줌마들은 역시 얼굴이 두꺼워. 애 낳으면 다 저러냐." "더럽다. 화장실 가서 먹여라." 하며 민망한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아기가 보채면 젖을 먹이는 것이 엄마의 당연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지하철이 젖을 먹인 장소였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을 것이다.

 

모유가 아기의 성장에 가장 좋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히 밝혀졌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많은 엄마들이 모유 대신 우유를 택하는 것은 엄마 자신의 건강이나 젖샘 관련 문제 발생, 직장생활을 비롯한 사회활동, 우유(분유)업체의 과도한 경쟁, 기타 여러 문제들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모유수유 비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여성이, 옷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가리긴 했어도, 다른 사람들 특히 남자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가슴을 풀어헤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가슴을 풀어헤친 이유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여성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다소의 용기가 필요할지언정 오히려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농촌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아기를 키우기가 쉽다. 하지만 집을 나왔을 때 젖먹일 곳을 생각해보면 농촌보다 훨씬 마땅치가 않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바글거리는데 어디에서 가슴을 풀어헤치고 우는 아기의 배를 불릴 수 있단 말인가? 정말 화장실에서 문 걸어닫고 젖먹이기를 바라는가? 당신이 그렇게 젖을 먹고 자랐다면, 당신의 아기를 그렇게 키우고 있다면, 유쾌하고 권장할 만한 일인가?

 

장소가 지하철이었으니 지하철의 모유수유 시설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서울지하철공사에 요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421개 수도권 역사 가운데 겨우 7군데에만 모유수유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에 수유실이 있는지조차 몰라 수유실 한 달 이용자수는 2∼10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출산율이 떨어져서 모유수유실 이용이 저조한 것이 아니라, 모유수유시설이 있는지를 모르니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비록 사람들이 있는 곳이더라도 엄마가 아기에게 젖가슴을 내미는 모습은 절대로 흉이 아니다. 주위 시선 아랑곳 않는 모습이라면 다소 민망하고 신경이 거슬릴 수는 있겠으나, 이 또한 체면과 수치도 잊어버리는 지극한 모성애의 발현이라고 이해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실제로 아무런 방비 없이 여봐라는 듯이 가슴을 풀어헤치는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 엄마도 카디건으로 가리는 조심성을 보였다고 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음식점이든, 혹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가 있거든 흉보지 말고 축복하라. 엄마와 아기, 두 세대가 나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의 교감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라. 아니, 바라보지 말고 흐뭇한 마음으로 살짝 외면해주는 센스를 발휘하라!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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