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뱅이를 위하여
씨앗 날아든 데가 하필 돌 틈바구니였을 거야.
넌들 기름진 땅에 내려앉고 싶지 않았으려고?
척박해서 오히려 넌 더 강해졌겠지.
힘겹게 뿌리 내리고 잎을 내 줄기 올리고, 때아닌 꽃도 악착같이 피워냈을 터.
널 보고 있노라니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
출생은 내 의지가 아닌지라, 태어나 보니 고관대작은커녕 빈농 5남매의 차남이더라.
어찌어찌 일가 이루고 밥술 걱정 않게 됐지만, 내 삶도 뽀리뱅이 너 못지않게 신산했단다
그래도 우린 꽃을 피웠고 열매를 남겼구나.
넌 장미처럼 화사한 자태와 고운 향기가 없지만, 난 예전 익숙했던 가난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누군가는 이런 우리가 부럽기도 할 거야.
그러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자꾸나.
너도, 나도, 한세상 살아내느라 참 애썼다!
/몽당연필/
* 뽀리뱅이 : 밭두둑이나 길가의 습지에 나는 박조가리나물의 다른 이름이다. 잎이 뿌리에서 뭉쳐나고 사방으로 퍼지는데, 어린잎은 식용하고 5~6월에 누런색 두상화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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