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앞에서
허리를 굽혔어요.
크고 높고 강한 것 앞에서
마지못해 굽히던 허리를
작디작고 약하디약한 그대를 보려고
망설임 없이 굽혔지요.
그대 어느 날 홀씨 되어 바람결에 날리거든
온 마음으로 우러를게요.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작은 몸 겨우 가누던 그대가
온갖 야문 씨앗들보다 높이 올라
저 멀리멀리 훨훨 날아갈 테니까요.
/몽당연필/
* 민들레의 씨앗을 ‘홀씨’라고 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옳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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