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민들레꽃 앞에서

몽당연필62 2018. 4. 16. 11:14

 

민들레꽃 앞에서

 

허리를 굽혔어요.

크고 높고 강한 것 앞에서

마지못해 굽히던 허리를

작디작고 약하디약한 그대를 보려고

망설임 없이 굽혔지요.

 

그대 어느 날 홀씨 되어 바람결에 날리거든

온 마음으로 우러를게요.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작은 몸 겨우 가누던 그대가

온갖 야문 씨앗들보다 높이 올라

저 멀리멀리 훨훨 날아갈 테니까요.

 

/몽당연필/

 

* 민들레의 씨앗을 ‘홀씨’라고 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옳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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