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아카시아? 아까시나무?

몽당연필62 2015. 5. 14. 15:02

 

 

아카시아? 아까시나무?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자주 듣거나 흥얼거리게 되는 동요 과수원길가사다. 그런데 노래를 자주 듣게 되는 만큼 첫 소절의 가사 아카시아꽃에 대한 논란도 자주 접하게 된다. ‘아카시아는 틀린 말이기 때문에 이를 아까시나무로 바꿔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은 이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하고 있을까?

 

[표준국어대사전]

- 아카시아 : 아까시나무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두산백과]

- 아카시아 : 상록수이며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 지역에 약 500종이 분포한다. (중략) 꽃은 황색 또는 흰색이고 (중략) 흔히 말하는 아카시아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를 가리키고 아카시아속의 식물이 아니다.

- 아까시나무 : 높이 약 25m이다. (중략) 턱잎이 변한 가시가 있다. (중략)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중략) 아카시아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열대지방 원산인 아카시아와는 다르다.

 

이렇듯 사전 등 권위있는 문헌에 따르면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식물은 아까시나무로 써야 맞나 보다. 요즘 우리 산야에서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나무는 상록수가 아니고 꽃이 황색도 아닌데다, 20m 넘게 자라며 꽃 색깔이 희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과수원길의 아카시아꽃을 아까시꽃이나 아까시나무꽃으로 바꿔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아카시아가 바른 말이든 틀린 말이든 그 자체로 추억이다. 향긋한 꽃잎을 따먹고, 잎줄기에 양쪽으로 어긋나 달린 잎을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씩 손가락으로 튕겨 뜯어내던 그 소중한 추억들이, 아까시나무로 바뀌는 순간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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