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호치키스를 사용하다가

몽당연필62 2014. 12. 8. 11:27

 호치키스를 사용하다가

 

 

'호치키스'(영어권 명칭이 '스테이플러'인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호치키스'라 한다고 함)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 우리가 흔히 '호치키스 밥'으로 부르는 철침(포장에는 '스테플러용 철침'으로 표기돼 있다) 한 곽을 내가 참 오래도 사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잘 잃어버리지 않고 깨끗이 쓰는 습관 때문일 터인데, 회사에서 몇 년째 사용하고 있음에도 곽에는 호치키스 밥이 아직 절반 정도나 남아 있다.

 

그러면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무용 사이즈(NO.33)의 호치키스 밥은 한 곽에 몇 개나 들어 있는 것일까? 곽에 '5000PCS'라는 표기가 있는데 이는 낱개로 5천 개라는 뜻인 모양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온전한 철침 한 줄을 꺼내 직접 세어보았다. 철침 100개가 한 줄을 이루고, 한 곽에 50줄이 포장되니, 모두 5천 개인 것이 맞다.

 

5천 개는 회사에서 종이 문서를 하루에 5건씩 찝는다고 가정하면 1천일, 주5일제로 일년에 250일 근무한다고 치면 4년 동안이나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다. 가정에서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는 정도라면 호치키스 밥을 어디다 두었는지 잊어버려서 못 쓰지 다 떨어져서 새로 살 일은 평생 없을 듯하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

 

당신이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거든 그에게 호치키스와 함께 호치키스 밥을 선물하라. 그는 호치키스를 사용할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것이며, 무려 5천 번, 어쩌면 평생에 걸쳐 당신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물해놓고 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말기를. 그는 어쩌면 평생에 걸쳐 호치키스 선물한 사람을 저주하며, 종잇장을 얼굴삼아 날카로운 철침을 5천 번이나 박아댈 수도 있으니!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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