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몸 곧은 기상, 소나무 숲
소나무야, 하늘 향해 죽죽 솟아도 탓할 이 없건마는 너희들은 몸 틀고 허리 굽혀 그리도 힘들게 서 있느냐.
물고기 비늘은 갈래갈래 갈라졌어도 반짝반짝 고운 빛이나 나지, 네 껍질은 너무 거칠어 오며가며 가려운 등 긁기에나 맞더라.
하지만 소나무야, 우리는 안다.
버드나무 곧다한들 기껏 성냥개비나 이쑤시개밖에 더 되더냐.
곧은 나무 일찍 꺾이고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더니, 너희가 이렇게 숲 이뤄 고향을 지켜왔구나!
비록 더디 자라 몸 뒤틀고 서 있지만, 겨울에도 혼자서 푸르름을 잃지 않는 그 기상은 끝없이 곧기만 하고 향기는 더욱 은은하다.
소나무야.
이제 막바지 추위 지나 곧 입춘, 봄기운 감돌거든 허리를 펴고 기지개도 좀 켜렴.
글 몽당연필 / 사진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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