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그리고 단상

선녀는 있다

몽당연필62 2013. 2. 4. 11:12

 

선녀는 있다


밤사이에 천지가 소리도 없이 순백으로 변했다.

어느 정령이 다녀갔기에 세상이 이다지도 깨끗해졌을까.

찻길이 막히고 인적이 끊어졌음에도 마음은 오히려 푸근하고 여유롭다.

 

발자국 찍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눈밭에서 견공들은 마냥 신이 났다.

뛰고 뒹굴며 까부는 것이, 저들도 눈을 기다렸나보다.

하기는, 사람인들 눈밭에서 뒹굴고 싶지 않으랴.

 

문득 생각나는 동요 하나.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분명히 선녀는 있다.

선녀가 마음껏 눈을 뿌리라고 겨울은 밤이 길다.

 

글 몽당연필 / 사진 최수연(월간 '전원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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